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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트렌드]통찰, 이룰 것인가? 잃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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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불편함 바꾸고 새로움 찾는 것도 통찰
'경험 축적'으로 통찰력을 키우는 6가지 방법

“기업가 정신 발휘에 있어 세계 1위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이다.”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에서 언급한 말이다. 기업가 정신이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순위 Top 10에 들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라는 칭찬과 기대의 말이다.


연초부터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이 입증되는 일이 있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2023’가 그것이다. 1월 5일부터 8일까지 CES 2023에 출품된 제품 중 ‘최고혁신상을 받은 20개 기업 가운데 9곳(45%)이 한국 기업이다. 혁신상을 받은 전 세계 434개 사 609 제품 중 국내 기업이 134개 사(30.9%), 181개(29.7%) 제품이다. 말 그대로 ‘코리아 열풍’이었다. 국내 경제의 장래를 밝게 전망케 하는 고무적인 사건이다.


[경영 트렌드]통찰, 이룰 것인가? 잃을 것인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23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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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에서 관심을 많이 받은 분야는 자동차 자율주행과 디지털 헬스 분야였다. 특히 디지털 헬스 분야의 성장과 혁신성은 괄목할만하다. 올해 디지털 헬스 부문 최고 혁신상은 애비스 헬스사의 애비스 MD(Aevice MD)가 수상했다. 동전 크기의 패치를 가슴에 붙이면 폐 건강 상태를 돌볼 수 있는 기기로 ‘소리(voice)’를 건강관리 도구로 생각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2022 CES에는 동전 크기의 ‘연속혈당측정기’가 최고혁신상을 받았었다. 날마다 피를 뽑아 혈당을 관리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2주 동안 연속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제 고객의 불편함이 기회가 되고, 혁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소리’도 데이터가 될 수 있으며, 혁신의 도구로 삼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CES 2023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

CES 2023에서 보여준 빠른 변화를 보면서 분야를 불문하고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변화의 속도’와 ‘데이터’ 그리고 ‘사람 중심의 사고’와 ‘통찰(insight)’이다. 앞의 두 가지는 변화에 대한 것이고 뒤의 두 가지는 우리가 중심을 지켜야 할 것들이다.

2020년 5월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MS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 2020'에서 “2년 걸릴 디지털 전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며 변화의 속도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인 책상 위에 컴퓨터를 놓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초이고,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2007년 6월이다. 전기 자동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이고 그 안에 자율 주행 기능을 탑재한 것도 최근 일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코로나19다. 비대면에서 오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빨라진 정보화 기술은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했다. 기하급수로 많아지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필요가 ‘양자컴퓨터’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순환 고리를 통해 변화의 속도와 데이터의 증가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어장치 없이 빨라지기만 하는 변화의 속도 안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초(超)지능화 되는 인공지능(AI)은 앞으로 인간과 어떤 관계를 이룰 것인가? 인간은 인공지능(AI)과 협력적 공존을 이룰 것인가? 지배를 당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CES 2023의 화려함 뒤에 나온 ‘앞으로 인공지능(AI)의 개발은 반드시 인간에 대한 배려(配慮)와 존중(尊重)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냥 흘러나온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변화에 맞춰 인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과 통찰(insight) 능력을 기르고 인공지능(AI)과 공존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통찰(insight)’을 감히 범접하거나 꺼내 들면 안될 것 같은 개념으로 여겨왔다.


‘큰 통찰(big insight)’에서 ‘작은 통찰'로 생각 바꿔야

‘경영의 신’이라 불린 교토 세라믹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盛和夫)는 왜 은퇴 후 거리의 탁발승으로 돌아가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통찰을 고민했을까? 이제는 지금, 여기서 깨달을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큰 통찰(big insight)’에서 ‘작은 통찰(light insight)’로 바꿔야 한다. 일상의 불편함을 바꾸고 새로움을 찾는 것도 통찰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 Diamond)는 <총·균·쇠>에서 지형의 모양에 따라 문화와 기술의 전파 속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꿰뚫음을 설파했다.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공통의 신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큰 집단을 이루고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는 기존에 있던 여러 기술을 연결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


이런 사례들도 ‘큰 통찰(big insight)’이라고 한다면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봉사자(헬퍼)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 사례는 어떤가? 나사렛대 학생들로 구성된 ‘동행하는 사람들’(박하은, 홍지선 대표)이 개발한 '헬프콜' 애플리케이션은 △이동 보조(강의실 이동, 식당 이동 등) △정보 제공(신문 읽어주기, 도서관 책 찾기, 동영상 자막 표시하기) △응급 상황(병원 동행, 응급조치 등) 등 일시적인 활동 보조를 요청하면 근처에 있는 헬퍼가 찾아가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장애 학생은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봉사 학생은 봉사 시간을 부여받는다. 이것은 통찰이 아닌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작고, 가볍고, 빠르게 통찰적인 요인을 찾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벼운 통찰'을 할 수 있는 6가지 방법

‘가벼운 통찰(light insight)’이라도 아무런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쉽고 가벼운 통찰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벼운 통찰(light insight)’을 이루기 위한 방법적인 도구와 방향은 무엇일까.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면 없던 것이 보인다. “호두과자는 빵인 것 같은데 왜 과자라고 할까?”, “ 왜 얼룩말은 타지 못할까?”, “대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 “화장지는 왜 흰색만 있을까?”와 같은 다양한 호기심이 관심이다. 호기심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두 번째는 관찰이다. 호기심이 솟는 대상이 있으면 그것을 좀 더 깊이 있게 쳐다보고 연구하게 된다. 관찰자가 대상과 일체화(一體化)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는 시인(詩人)을 ‘견자(見者)’라고 했다. 대상과 일체화를 이룰 때 시인의 눈처럼 그 대상의 깊숙한 본질을 볼 수 있다. ‘통찰(insight)’은 in + sight 즉, 안쪽 깊숙이 본질을 보고 현상 너머 이면(裏面)을 보는 것이다.


셋째, 공감이다. 깊이 관찰할수록 공감이 잘 이루어진다. 관찰을 통해 표면 욕구(needs)를 넘어 본질적인 욕구(desire)를 파악할 수 있다. MZ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차이는 사람 문제가 아니라 각 세대가 겪은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똑 같으면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공감이 있을 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넷째, 발상의 단계이다. 공감이 생기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발상이 시작된다. 어떤 사람이라도 모든 지식을 알고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만큼 오류에 빠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발상의 단계에서는 강제로 두 가지 생각을 버리거나 뒤집는 시도를 해야 한다. “원래 그래”라는 말과 “당연하지”라는 생각이다. 이 두 가지 생각과 말은 ‘기존의 것이 옳다’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유지하는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연결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법은 전혀 다른 것이 연결되었을 때 가능하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성공 비법에서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은 전혀 다른 것을 의도적으로 연결하는 ‘강제 연결법’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핵심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을 만나게 할 때 기존에 없던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러시아 발명가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S. Altshuller)다. 그는 전 세계 특허 20만 건 중 4만 건을 추출해 40가지의 원리를 정리한 발명법 ‘트리즈(TRIZ)’를 창안해 많은 사람이 새로운 생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섯째는 실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거나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본질에서 새로운 기회를 봤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보고(insight), 그것을 하겠다고 결심해도(decision), 실행하지 않으면(execution)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시작했어도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하지(sustainability) 않으면 새로운 창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통찰은 축적에서 나온다

아무리 가벼운 통찰이라도 단 한 번만의 수고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찰은 축적(縮積)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과 이인편(里仁篇)에서 공자는 통찰을 이렇게 가르친다. “자공(子貢)아,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러하옵니다. 아닙니까?” “아니다. 나는 일이관지(一以貫之), 즉 하나로 모든 것을 꿰뚫었느니라.”


공자의 가르침대로 통찰이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 꿰뚫는 것’이라면 통찰을 이루기 위해서는 꿰뚫기 위한 성공과 실패의 축적,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좀 더 빠르고, 작고, 가볍게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요구된다. 작은 경험들은 축적되더라도 ‘가벼운 통찰(light insight)’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축적될 것이니 결국 ‘큰 통찰(big insight)’을 이룰 수 있다.



박병태 가톨릭대학교 교수


[경영 트렌드]통찰, 이룰 것인가? 잃을 것인가? 박병태 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
박병태 교수는 누구?
전략경영 및 마케팅을 전공한 경영학 박사로 33년 경력의 병원경영 전문가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 개원 준비 사무국장을 맡아 실무를 책임졌다. 지은 책으로는 <통찰의 도구들> <인사이트 좀 있는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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