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낙마 36일 만의 인선…與 4선 박홍근 의원 전진 배치
장관 장기 공백, 통합보단 '국정 속도'에 방점
해수부 장관 후보에 PK 출신 '정통 관료' 발탁
규제합리화위원회 인선엔 '통합·실용' 메시지 담아
비명계·보수 성향 학자·민간기업 출신 중용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것은 국정에 속도를 높이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관료 출신 대신 국회 예산·입법 지형을 꿰뚫는 4선 의원을 전면에 세워 주요 정책의 재원 설계와 국회 협상까지 한 번에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 "국회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등을 두루 거친 국가예산정책 전문가"로 소개하며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을 맡아 국민주권정부의 청사진을 그려온 정부 예산을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청사진-예산-집행'에 이르는 선순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혜훈 전 후보자 낙마 이후 36일 만이다.
박 후보자 인선의 의미는 '통합'에 방점을 찍고 지명했던 이혜훈 전 후보자와는 차이가 있다. 그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막내 그룹에 속하며,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풀뿌리 시민운동에 나섰던 인물이다. 2022년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지원했고, 민주당 내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춘 '친명계' 핵심으로도 통한다. 국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는 지명을 늦출 수 없는 만큼, 발 넓은 여당 4선 중진 의원을 내세워 인사청문 정국을 무난히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크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박 후보자가 맡게 될 기획예산처는 정부의 재정 정책과 예산 편성의 컨트롤타워다. 통상 이 자리는 숫자와 제도에 강한 관료 출신이 맡아 왔지만, 이번에는 정무적 경험을 가지고 예산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규모 민생·산업 정책은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이해가 충돌하기 마련인데, 풍부한 국회 경험을 가진 장관이 총괄하면 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박 후보자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만큼 이 대통령이 바라는 '국민주권정부 청사진'을 재정사업과 중기재정계획으로 구체화하는 데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엔 정통 관료, 규제개혁엔 '비명계'·'보수 성향 인사'…안정·통합·실용 인사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황종우 해사협력센터 국제협력위원장은 해수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해양·항만 정책통'이다. 조직 내부 승진형 인사를 전면에 세워 정부가 강조하는 북극항로·해양수도 같은 중장기 과제를 안정적인 관료조직의 실행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전재수 전 장관 사퇴 이후 약속한 부산·경남(PK) 출신 인사다.
반면 대통령이 위원장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인선은 '통합·실용'의 색채가 선명하다.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는 남궁범 에스원 고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를 각각 위촉했다. 기업 경영·재무 라인 출신,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로 분류돼온 정치인, 보수 성향 학자로 거론돼 온 인사를 동시에 배치하며 여야·기업을 아우르는 규제개혁 구도를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조합은 청와대가 규제개혁을 '진영 의제'가 아니라 전문성을 기초로 한 실무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여권 내부에서 결을 달리하는 인물과 시장친화적 인사를 함께 기용함으로써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친기업·반기업' '친명·비명'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완충하려는 포석이라는 평가도 있다. 초선 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라고 불렸던 박 전 의원은 2024년 총선 당시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 패배한 이후 정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취소돼 재도전했으나 조수진 변호사에게 다시 졌다. 조 변호사도 후보직에서 물러났으나 당시 당 지도부는 한민수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이병태 명예교수는 우파 성향으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후보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후에는 이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남궁범 고문은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래 경영지원팀 전무, 재경팀장(부사장)을 거쳤다. 이 수석은 "분야별로 조화롭게 배치하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구성"이라며 "전문성을 백분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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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기본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는 대표적 기본소득론자인 이 대통령의 멘토,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발탁됐다. 강 명예교수는 '한국형 기본소득'을 연구한 학자로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인연이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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