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 총격, 2021년부터 급증
총기 건수·희생자 10년새 4배 증가
AI탐지기 교내 도입 두고 찬반 팽팽
최근 총기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학생이 늘면서 미국의 학교들이 잇따라 인공지능(AI) 탐지기를 도입한 가운데 AI 탐지기가 한 학교에서 누군가 총을 소지하고 있다고 알려 경찰이 출동했지만 알고 보니 과자 봉지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연합뉴스TV는 WBALTV 등 현지 매체를 인용해 최근 미국 내에서 AI 탐지기가 오작동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20일 타키 앨런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카운티 켄우드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감자 칩을 먹으며 길을 걷던 그에게 갑자기 경찰차 8대가 다가왔다. 그의 앞에서 내린 경찰들은 총으로 그를 겨누며 "엎드려!"라고 외쳤고, 앨런은 깜짝 놀라 "뭐라고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앨런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한 뒤 수갑을 채웠다. 이후 이어진 몸수색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앨런이 처음 서 있던 곳에서 감자 칩 봉지를 발견했다. 머쓱해진 경찰은 그에게 AI 탐지기가 경보를 울리게 만든 사진을 보여줬다. 앨런은 "나는 그냥 도리토스 봉지를 들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나와 있었는데, 그게 총처럼 보였다고 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볼티모어 카운티 고등학교들은 지난해 AI를 활용해 잠재적인 무기를 탐지하는 총기 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무기로 보이는 물체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학교 안전팀과 경찰에 경보를 보내는데, 이 시스템이 과자 봉지를 총기로 착각한 것이다. AI 시스템 공급 업체인 옴닐런트는 "시스템은 설계된 대로 작동했다"며 "잠재적 위협을 감지해 신속하고 정보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교내 총기 사건 예방을 위해 도입한 AI 탐지기 두고 여론 엇갈려
교내 총기 사건 예방을 위해 도입한 AI 탐지기를 미국 내 여론은 엇갈린다.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부터, 사전에 총기 사건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대립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66년 이후 미국 전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기록하는 'K-12 학교 총격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2021년부터 총격 사건 발생과 희생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발생 건수와 사상자 수 모두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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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의 유치원·초·중·고교에서 일과시간 중에 총기가 발사되거나 휘둘러진 사례를 수집하는 'K-12 학교 총격 데이터베이스'의 1966년 이후 연도별 총격사건 발생 건수. K-12 학교 총격 데이터베이스
특히 2018년과 2019년 총격 사건 수는 각각 199건과 124건으로 이전 기록을 크게 상회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116건을 기록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257건, 2022년 308건, 2023년 349건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24년은 325건의 사건이 보고됐다. 희생자 수도 크게 늘었다. 1986년 연간 92명이었던 최다 희생자 수가 2018년에는 159명으로 증가했고,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급증하여 2021년에는 189명, 2022년에는 273명, 2023년에는 249명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267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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