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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동화로 풀어낸 창작오페라 '물의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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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 제레미 리프킨은 지난해 신간 '플래닛 아쿠아(물의 행성)'를 출간했다.


책에서 리프킨은 지구를 수권, 암석권, 대기권, 생물권의 네 가지 권역으로 나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권역은 수권이라며 생명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리프킨은 인류의 역사가 수권을 착취한 역사였다며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경고한다. 인류가 댐과 인공저수지, 제방과 둑을 이용해 물을 통제하고 착취한 반면 대지를 중심으로 삶의 기반을 구축하고 화석연료를 활용해 산업화를 이뤘다며 수권을 무시한 인류의 오만함이 기후위기를 불러왔고 스스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듯한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 무대에 오른다.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29일, 31일까지 3회 공연할 예정이다.

기후위기를 동화로 풀어낸 창작오페라 '물의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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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끝없이 범람하는 물로 뒤덮인 한 왕국이다. 왕국의 공주는 원인 모를 병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왕실은 공주와 왕국을 구할 방법에 골몰하던 중 물시계 장인과 제자를 찾고 물시계를 제작해 공주와 왕국의 운명을 바꾼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물의 정령에 사로잡힌 공주 역을,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가 왕국을 구하기 위해 물시계를 만드는 장인 역을 맡는다.


황수미는 공연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며 "현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와 같은 중요한 논쟁을 동화처럼 풀어낸 오페라"라고 설명했다. 황수미는 "작품은 왕실에 속하지 않은 사람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를 그린다"며 "우리 모두에게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극에서는 공주와 장인 외에 왕국을 다스리는 왕과 장인의 제자가 비중 있는 인물로 출연한다.


김정미는 "왕과 공주의 관계, 물의 장인과 제자의 관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장인의 지혜가 제자에게로 전승되고, 왕국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왕에게서 공주에게로 왕권이 넘어오면서 왕국이 안정을 찾는다"며 "지혜와 권력이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바람직하게 전승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물의 정령은 예술의전당이 3년간 야심 차게 준비한 기획 공연이다. 예술의전당은 2022년 오페라극장 본연의 기능 강화, 오페라 장르 활성화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창작 오페라를 기획했다. 그 일환으로 2023년과 지난해 영국 로열 오페라와 협업해 '노르마'와 '오텔로'를 잇달아 공연했고 올해 창작 오페라에 도전한다.


창작 오페라지만 대사는 한글이 아닌 영어로 전달된다. 예술의전당 측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로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신국립극장, 대만 타이중 극장, 호주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2027~2028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특히 세 극장 관계자가 모두 방한해 초연 무대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극장 중 타이중 극장과는 논의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독일 마인츠의 세계적인 음악출판사 쇼트 뮤직과도 손잡았다. 쇼트 뮤직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파르지팔' 등의 초판,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등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출판했다.

기후위기를 동화로 풀어낸 창작오페라 '물의 정령'

작곡은 쇼트 뮤직 소속 호주의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맡았다. 그는 "매끄럽게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의 느낌을 전하려 노력했다"며 "물의 흐름을 표현하는 대표 악기로 워터폰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화제작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과 '그라운디드(Grounded)'를 지휘해 주목받은 스티븐 오즈굿이 지휘봉을 잡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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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활약 중인 테너 로빈 트리츌러가 장인의 제자 역으로, 베이스바리톤 애슐리 리치가 왕국의 통치자 왕 역으로 출연한다. 고음악 솔리스트로 한국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카운터테너 정민호는 물의 정령 역을 맡아 작품에 신비감을 불어넣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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