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측 '반이재명 빅텐트' 구상에 심상정 소환
"당사자와 소통도 없이 함부로 거론해 유감"
두 사람, 1980년대 노동운동으로 깊은 인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반이재명 빅텐트' 구상의 일환으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거론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8일 민주노동당(구 정의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사자와 어떠한 소통도 없이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함부로 이름을 언급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심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 당원이고,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권영국"이라며 "심 전 대표는 노동운동으로 경력을 시작해 정계 은퇴에 이르기까지 김 후보와 달리 일관되게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 측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당내 탄핵 찬성파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만나 '반이재명 빅텐트' 논의를 이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뿐 아니라 과거 노동 운동을 함께한 심 전 대표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는데, 이를 심 전 대표 측에서 하루도 안 돼 반박한 것이다.
사실 김 후보와 심 전 대표는 1980년대 노동 운동을 함께하며 가까운 사이였다. 지난 1985년 구로동맹파업,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결성 등에 힘을 합쳤으며 1986년 5·3 인천민주화운동으로 체포된 김 후보가 고문을 받으면서도 심 전 대표의 위치를 말하지 않은 일화가 유명하다. 김 후보 캠프의 김행 시민사회총괄단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 무서운 박정희 시절에도 고문으로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도 노회찬, 심상정 부르라고 할 때 한 명도 불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심 전 대표가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 명단에 오르자 10년간 이어진 수배 생활을 돌봐주기도 했으며, 심 전 대표의 남편인 이승배 씨도 김 후보가 맺어준 인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노동운동권을 떠나자는 김 후보의 제안을 심 전 대표가 거절하면서 두 사람은 결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후보는 1990년 민중당을 창당해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1994년 정치 노선을 급격히 바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주류 정치인이 됐다. 반면 심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정계에 입문해 진보정당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지난해 정계 은퇴했다.
김 후보와 인연이 있는 진보 인사는 또 있다. 유시민 작가는 김 후보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지난 1986년 5·3 인천 민주항쟁 당시 김 후보와 유 작가의 동생이 국군 보안사에 연행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사람의 거처는 도보 5분 거리로, 자주 왕래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 작가는 7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김 후보에 대해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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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작가는 "옛날에 (김 후보가) 민중당 하다 말아먹었을 때 찾아가 '형님, 민주당 가서 국회의원 배지 다세요. TK(대구·경북), 서울대, 노동운동가 출신이면 무조건 수도권에 좋은 지역구 줄 거다'라고 설득했지만, 김대중을 인정 안 하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한 번 꽂히면 백스텝(뒷걸음질)을 모른다. 지금이 너무 좋은 거다. 민중당 하다가 보수당 와서 서자 취급, 굴러온 돌 취급 받다가 이제 당을 먹지 않았나. 이걸 며칠도 못 즐기고 그만두라는 건 안 된다"라며 단일화가 난항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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