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처럼 신속 재판 가능성
선고 나와도 재상고심 대기
대선 전 최종 확정은 힘들어
봉합 안 되는 사법·정치 갈등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하면서 앞으로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은 선거 전담재판부에 파기환송심 재판을 배당하게 되고 이 재판에서는 유죄 결론하에서 이 후보에 대한 선고 형량을 정하게 된다. 그 이후 재상고가 이뤄진다면 대법원의 확정 절차가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법'과 '정치'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첨예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권자 권리' 강조한 대법원
대법원은 1일 이재명 후보가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선거인(유권자)의 관점과 권리'라는 헌법적 개념을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여부를 판단할 때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과 동시에 공정한 선거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유권자의 알 권리와 유권자가 국민으로서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을 충실하게 보장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런 맥락에서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이재명 후보의)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정한 '표현의 의미'를 판단할 때도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발언의 전체적 맥락과 상황을 살펴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결론 대선 전 나오나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을 기속한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유죄 판단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가 새롭게 나타나지 않는 한 유죄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형량과 선고 시점이다. 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벌금 100만 이상의 형'이 선고될 때이다. 법조계에선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을 경우 파기환송심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더 많은 편이다. 이번 사건에서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유죄로 인정된 이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 행위가 두가지(골프 안 쳤다는 발언과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에 달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 역시 사실상 1심과 같은 판단을 보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이 이 후보의 형량을 결정할 때는 1심의 형량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선까지 1개월 여가 남은 상태에서 파기환송심의 대선 전 선고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사실상 결론(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이 내려진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재판에 비해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대법원이 30여일 만에 선고를 한 만큼 파기환송심도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방어권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파기환송심이 끝나더라도 이 후보는 재상고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상고기간(7일)과 의견제출(20일)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대선 전까지 최종 확정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대법원이 사실상 '법적 판단'을 끝내면서도 이 후보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넘겼다는 말이 나온다.
헌법 84조 해석 논란
만약 이 후보가 대법원의 확정판결 전에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의 불소추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논란의 핵심은 '형사상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한쪽에선 이 부분을 '대통령이 된 이후 새로운 기소는 할 수 없지만 이미 기소돼 진행 중인 재판은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고, 다른 쪽에선 '대통령 재임 중에는 기소는 물론,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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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상황에 대한 가정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입법을 통해 선거법 자체를 손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을 삭제하거나, 이미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면소 결정을 가능케 하는 방식으로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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