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램브레트 코라빈 대표이사 방한
코라빈, 비활성가스 활용 와인 보존장치…최대 3년
'양보다 질' 트렌드 맞춰 성장 기대
"좋은 와인 한 잔씩 아껴 드세요"
'코라빈(Coravin)'의 설립자인 그렉 램브레트(Greg Lambrecht)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클럽 코라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와인애호가로서 와인의 가장 큰 단점은 개봉하면 한 번에 한 병을 전부 마셔야 된다는 점"이라며 "코라빈은 와인 소비자들을 이러한 고민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코라빈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생물의학자인 렘브레트 대표가 2011년 처음 개발한 와인 보존 시스템이다. 개봉하지 않은 와인 코르크에 초미세바늘을 그대로 찔러 넣어 질소가스를 주입하고 동시에 와인을 끌어올려 추출하는 방식이다. 와인이 있던 공간에 질소가스가 채워져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코르크를 훼손시키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바늘이 빠져나온 자리는 기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램브레트 대표가 코라빈 개발에 나선 계기도 흥미롭다. 시작은 다양한 와인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와인이 가진 무한한 다양성에 매료됐다"며 "하지만 한 번 개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화되는 와인의 특성상 여러 종류를 한 번에 즐기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품고 있던 아쉬움이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진 건 아내의 임신이었다. 그는 "아내와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시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임신으로 함께 마실 수 없게 되면서 혼자 전부 마시거나 남기는 일이 잦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산화에 취약한 와인은 개봉 당일 전부 마시는 것이 가장 좋고, 보관하더라도 하루나 이틀을 넘기면 대부분 품질이 크게 꺾인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절대 다수는 750mL 제품으로 혼자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양이다. 표준 용량의 절반 수준인 하프보틀 제품도 판매되고는 있지만 종류나 판매처가 제한적이다.
완벽한 한 잔 그리고 변질돼 버리는 와인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코라빈은 코르크를 제거하지 않고 와인을 따를 수 있도록 제작돼 기존의 와인 보존 제품보다 산화 방지 능력이 월등한 것이 특징이다. 코라빈의 최상급 제품인 '코라빈 타임리스 식스 플러스'를 사용해 보존한 와인은 최대 3년가량 개봉 전과 동일한 상태를 유지한다.
램브레트 대표는 "미개봉 수준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양만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60개국의 미슐랭 레스토랑과 유명 와인바, 와이너리는 물론 와인애호가 사이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며 "누적 판매량도 100만대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렘브레트 대표는 코라빈이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최근 와인 소비 트렌드 변화를 완벽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라빈을 사용하면 와인을 병 단위가 아닌 잔 단위로 원하는 만큼만 추출해 마실 수 있어 다양한 와인을 조금씩, 오래, 천천히 즐길 수 있다"며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지 않아도 되고, 여러 종류의 와인을 비교 테이스팅하거나 고가의 와인도 부담 없이 한 잔만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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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와인시장은 해가 갈수록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저렴한 가성비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으로 양분되는 추세다. 아울러 취향의 다변화로 인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렘브레트 대표는 이러한 희소성과 다양성, 경험 중심의 고급 와인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 코라빈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전보다 적게, 대신 더 좋은 술을 마시려는 경향이 뚜렷이 관찰된다"며 "이제는 좋은 와인을 한 번에 다 마셔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 잔을 마시더라도 제대로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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