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과 선동 달라"…한동훈 겨냥
'빅텐트' 주장에도 "기승전 용병, 안 돼"
"대통령 되면 인맥 통해 트럼프와 담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해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면서도 '찬탄(탄핵찬성)파'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선 "사과가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나 의원은 21일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을 단순히 찬성한 것과 당 대표로서 선동한 것은 다르다"며 "선동한 것에 대한 사과와 입장 표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를 꺾으려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등과 '빅텐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도 "연대는 필요하지만 '기승전 용병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단순히 대선 승리를 위해 이념과 방향성이 다른 한동훈·한덕수와 무작정 합쳐야 한다는 논리를 거부한 셈이다. 대신 나 의원은 자신이 정치력과 외교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경선 통과를 자신했다.
아래는 나 의원과의 일문일답
-다른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비교했을 때 '나경원'만의 강점은.
▲대한민국은 정치력과 외교력이 검증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 전 외교통일위원장,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수많은 전선에서 싸울 때는 싸우고, 협상할 때는 협상하는 정치를 해왔다. 또 지금은 외교가 경제이고 안보다.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인맥과 실질 협상 경험까지 갖춘, 워싱턴과 통하는 유일한 후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뽑히면 한동훈·안철수 등 탄핵찬성파와도 연대할 수 있나.
▲대통령 탄핵에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재명의 대한민국을 저지하고 더 큰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 다만 대통령 탄핵을 단순히 찬성한 것과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선동한 것은 다르다. 선동한 것에 대한 사과와 입장 표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한 대행,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과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재명의 대한민국을 막기 위한 보수통합과 연대는 필요하지만 '기승전 용병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에 기반한 우리 공약, 우리의 비전과 정책이 있어야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이 되면 갈라진 사회 통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건가.
▲지금 대한민국은 분열을 넘어 체제의 균열을 겪고 있다. 통합을 말하기 전에 무너진 법치와 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 정치 편향성이 의심받는 수사와 재판, 그리고 국민 절반이 신뢰하지 못하는 헌법기관들까지, 이 모든 것이 법치의 붕괴와 원칙의 실종을 보여준다.
-1호 공약으로 저출산 극복을 내세웠다.
▲저출산 대책은 국가 생존을 위한 투자다. '헝가리 저출산 대책'은 2억원을 20년간 연 1%로 장기 대출해 주자는 것이다. 자녀 넷을 낳으면 원금까지 탕감한다. 예산은 20년 후부터 연 12조원 정도가 든다. 이 전 대표가 추진한 '전 국민 25만원 살포법'은 약 12조800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일회성 포퓰리즘 정책보단 저출산 정책에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나.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산업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기술 등 초격차 기술이다. AI는 모든 산업을 혁신하는 핵심 기술이고, 바이오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먹거리다. 양자 기술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며, 반도체는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다. 이 분야에 대한 민관 총력 투자 없이는 미래가 없다.
과거처럼 일부 대기업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과감한 투자자로 나서고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키워내야 한다. 킬러 규제를 철폐하고, 유연근무제 도입 등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주 52시간 예외 내용이 담긴 반도체특별법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냈다. '트럼프 리스크'는 대응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나라와의 협의에 직접 등판해 방위비를 포함한 '원스톱 쇼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제가 워싱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패키지 딜, 원샷 딜 해내겠다. 문재인 정부가 엉터리 종전선언을 추진할 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담판을 지어 막아본 경험도 있다. 나경원이 트럼프와 담판 짓겠다.
-불출마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정책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서울 과밀화 해소를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5개의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차용하겠다. 전국을 4~5개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재구성하고 각 권역이 마치 싱가포르처럼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경제 엔진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지방의 자율성과 재정 권한을 강화해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는 대한민국형 분권 모델을 구현해야 한다.
-한국형 정부효율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취지는.
▲정부효율부는 전 부처를 대상으로 예산, 인력, 조직의 비효율을 진단하고 개혁하는 컨트롤타워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처 간 복지사업이 중복되고 겹치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으로 재임할 당시 우리나라가 18년 동안 약 380조원을 투입했지만 실제로는 직접 관련 없는 사업에 많이 사용됐다. 이젠 작고 유능한 정부로 바꿔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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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험지인 동작구에서 당선된 건 모두 지역 주민들과의 진정한 소통 덕분이었다. 매주 '토요 데이트'로 민원의 날을 지정해 1000번 넘게 2000여명의 주민과 만나 직접 소통했다. 대통령이 되면 이런 현장 소통 방식을 국가 운영 방식으로 확장하겠다. 소통은 습관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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