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어 바이든, 클린턴까지
전임자가 후임자 비판하지 않는 관례 깨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이례적으로 전직 대통령 3인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례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계의 관례가 깨졌다고 전했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 테러 30주년 추도식에 참석해 현재의 미국 사회를 두고 "모두가 누구의 분노가 더 중요한가, 누구의 분노가 더 정당한가를 두고 다투는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더 사익을 얻기 위해 진실을 왜곡해도 상관이 없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위기"까지 언급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5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장애인 단체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 행정부는 100일도 안 돼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초래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간섭과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생존 중인 전직 대통령 가운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전직 대통령 세 명이 모두 2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공화당 소속인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선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 같은 비판 발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역사학자들은 이 같은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전긱 대통령 1명이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세 명이 사실상 동시에 현직 대통령을 비판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티머시 내프탤리 뉴욕대 교수는 "이 같은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도 되기 전에 벌어졌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며 "전직 대통령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만드는 변화의 미래를 이미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들은 나라가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 때 목소리를 내어 국민에게 경고할 자격과 위치를 가진 독특한 존재들"이라며 "그들은 미국 국민을 위한 일종의 자문위원회로 자문위원회가 경고음을 울릴 때 국민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비판엔 전직 대통령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악연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공격해왔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전 대통령을 노망난 노인이라고 칭했으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를 마약중독자라고 조롱했다. 또 최근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까지 중단시켰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인종차별적인 허위 주장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에 관해선 2016년 대선 당시 "감옥에 보내야 한다"라고 공격했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이날도 미국 전역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 5일 전국적으로 50만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대규모 인파가 반트럼프 시위에 합세해 700건 이상의 시위 및 행사가 열렸다. 다만 이날 시위는 '핸즈오프' 시위보다는 다소 느슨하게 조직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푸드뱅크 운영·지역 청소 활동과 같이 지역사회에서 유대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시위 방식을 펼쳤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