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이대 명예교수, 로펌 고문으로 이동
트럼프발 통상 리스크에 통상 전문가 급부상
기업, 로펌, 정계까지 영입, 자문 쇄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국내 정·재계가 통상 전문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권 교체기와 통상 이슈 부각이 맞물리며 외교·산업 분야의 전직 관료와 학계 인사들이 다양한 조직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15일 외교·학계 등에 따르면 세계 공급망 불안과 미국발 통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주요 로펌과 기업들은 통상 전문가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요국의 수출 통제, 환경 규제, 보조금 정책 변화 등으로 실무 대응력이 중요해지면서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들이 재조명받는다.
국제통상 분야에서 대표적인 학계 인물인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영입,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직을 맡았다. 그는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 협상에서 한국 대표로 참여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에도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유엔 한국협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전 본부장은 이달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자문역할도 하고 있다. 여한구 전 본부장 역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통상 세미나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정계에서도 통상 전문가 영입이 활발하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외교·안보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미국 내 트럼프 핵심 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차장은 트럼프 캠프와 연계된 주요 인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접촉할 만큼 적극적인 비공식 외교를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통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정·재계의 노력은 조직 개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미국 통상 압력에 대비한 '트럼프 2.0 대응센터'를 신설했고, 화우는 통상산업팀을 꾸려 미국의 수출통제 및 관세 정책에 대한 실무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광장은 국제통상연구원을 설립해 다자무역체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도 수출 규제와 보조금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열사별로 통상 담당 조직을 확대하거나 외부 자문단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 내부의 법무·전략 부서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통상 전담 조직을 통해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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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실시간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상 전문성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며 "산업별로 협상 전략과 로비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통상 인력이 주로 공공부문에 편중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민간 영역에서 실무와 전략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후학 양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인력 공급이 부족하고, 경영학 등 일부 학과로 쏠림이 심해지면서 몸값이 더욱 치솟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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