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고 저렴한데 기업들 몰라"
서면 위주 진행 2~3개월 내 결론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 제도'를 아시나요?
인터넷상에서 웹사이트 주소 역할을 하는 고유한 문자열을 도메인 이름이라고 한다. 도메인 이름을 무단으로 선점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했다고 곧바로 송사에 돌입할 필요는 없다. '아시아도메인이름분쟁조정센터(ADNDRC)'가 운영하는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 제도를 이용하면 비교적 간단하고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 제도는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상표와 유사한 도메인 이름을 제3자가 무단 등록한 경우 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절차다. 민사소송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 부담도 크다.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은 서면 위주로 진행된다. 양 당사자가 각각 1회씩 주장과 답변을 주고받은 후 평균 2~3개월 내에 조정위원이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중재와의 차이점도 분명하다. 중재는 당사자들이 절차나 중재인을 직접 정하지만,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은 사전에 마련된 절차에 따라 선임된 조정인이 신청서와 답변서를 바탕으로 도메인 이전 또는 등록 말소 여부를 판단한다. 소송이나 중재보다 간단하고 결과도 실질적이다.
ADNDRC는 '국제 인터넷주소 관리 기구(ICANN)'로부터 공인받은 기관이다. 한국·중국·홍콩·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4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서울사무소는 한국 기업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kr' 등 국가 도메인 이름 관련 분쟁은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IDRC)'에서 처리한다. 다른 구제 수단에 비해 신청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상표권자가 신청할 경우 승소율이 80% 이상에 이를 정도로 실효성도 높다.
'.com' 등 글로벌 도메인 이름 관련 분쟁은 해외 분쟁조정기구에서 다룬다. 대부분의 절차가 영어로 진행되고 해외 전문가가 판단한다. IDRC가 발표한 2024년 통계를 보면 국내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 신청 43건 중 해외 사건은 17건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kr' 등 국가 도메인 이름에 관한 분쟁이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로 사건을 가져가야 하면 언어·문화적 제약을 느낀다. 그나마 최근 이창훈, 송영주, 정지우 변리사가 ADNDRC 신임 조정 패널로 위촉된 건 희소식이다. 한국 기업들이 혹시나 마주할 불리함을 덜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도메인 이름 확보를 브랜드 보호 전략의 핵심으로 본다. 상표 등록과 동시에 주요 도메인 이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무단으로 선점당했을 때 분쟁조정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도 도메인 이름 분쟁 대응을 지원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2024년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해당 기업의 도메인 이름을 무단으로 선점당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때 수임료 일부와 절차 이행을 정부가 지원한다. 이창훈 변리사는 "지원 예산이 해마다 늘고 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기업이 훨씬 많다"며 "최근에는 경쟁률이 조금 높아져 긴급하거나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을 우선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주 변리사도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정작 많은 기업이 제도 자체를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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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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