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장 수수료' 배민, 업주들 하소연 경청해야](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1411161018347_1744596970.jpg)
"포장 수수료까지 떼면 진짜 남는 게 없다"는 호소. 그런데 한 쪽에선 "픽업은 배달비 부담이 없으므로 비중이 늘수록 업주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배달 수수료'를 둘러싸고 입점 업주들과 플랫폼은 이처럼 커다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간극의 배경을 알기 위해선 포장 수수료 문제를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배달 플랫폼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은 14일부터 포장 서비스에 대해서도 수수료 6.8%를 받기로 했다. 이 서비스를 2020년 내놓은 뒤 5년여간 무료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이날부터 업주들은 음식 배달과 비슷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당장 추가로 물어야 할 돈이 늘어난 입점 업주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민의 논리는 비교적 간명하다. 포장 주문 역시 배달과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게가 노출되고 주문을 발생시키는 효과를 내 입점 사업장의 매출로 연결되는 만큼 시스템 운영 비용 등도 배달 서비스와 동일하게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투자 구조가 미비해 성장이 더뎠고 그만큼 낯선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배민의 설명이다.
배민은 아울러, 수수료를 받아 앱 리뉴얼과 기능 고도화를 진행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면 포장 시장이 활성화돼 업주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고객 할인 혜택 제공, 업주 지원 등 마케팅 프로모션에 연간 약 300억원을 투자해 주문 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포장이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통해 업주들의 잠재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많은 배달 플랫폼들이 포장 수수료를 받으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동남아의 그랩푸드는 포장 주문 서비스야말로 고객 경험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구상 아래 이 서비스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음식을 가지러 온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보니 단골 전용 쿠폰이나 프로모션, 메뉴 업그레이드 등 특별한 혜택을 줄 수 있고 이런 경험이 재주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배민의 이런 설명에도 입점 업주들은 플랫폼의 횡포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포장 수수료를 받겠다는 결정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자율규제 추가 방안으로 배민이 발표한 바 있다. 1년 동안 이 문제와 관련한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로 시행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사이 소상공인을 둘러싼 상황은 더 나빠졌다. "폐업이 속출하고 가뜩이나 어려운데, 포장 수수료까지"라는 볼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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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수수료와 관련한 입점 업주와 플랫폼의 입장은 거의 정면으로 부딪치지만 통하는 대목이 없지는 않다. 양쪽 모두 '상생'을 얘기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주도권은 배민이 갖고 있다. 포장시장의 파이를 키워 궁극적으로 입점 업주들의 이익을 확대해줄 것이라는 배민의 설명이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자신의 논리를 더 공고히 하기보다는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포장 수수료에 고통받는 입점 업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배민이 만들려는 포장 시장 선순환 구조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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