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시각]책무구조도에 대한 우려와 기대

시계아이콘01분 19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초동시각]책무구조도에 대한 우려와 기대 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AD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에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금융사고 발생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습니다."


금융권에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현장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동안은 사고가 발생한 뒤에 수습하는 데 신경을 썼다면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뒤부터는 사고 예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방지해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제도를 도입한 금융당국은 처벌보다는 예방이 먼저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금융사고에 대한 예방 차원이지 임원들에 대한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며 "임원들이 과거보다 더 경각심을 가지고 일한다면 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의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다 보니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징계에 대한 부담으로 경영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로 은행장이나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 레벨에서 처벌받는 일이 드물었는데 앞으로는 고위 임원들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서다. 경영자들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회사 운영을 더 소극적으로 하고 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투입되는 자원은 많은데 금융사고 예방은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책무구조도와 비슷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시행된 이후 처벌받는 사람은 늘었지만 건설 현장의 사고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는데 책무구조도가 제2의 중대재해처벌법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현장의 우려에도 책무구조도 도입은 우리 금융회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끊임없이 내부통제를 요구했지만 금융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2023년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사건 등 수백억 수천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매년 발생했다. 금융사 스스로 자정을 바라기에는 사건이 몰고 온 사회적 파장이 컸다. 작년에 국내 주요 은행의 금융사고 피해액은 1877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666억원 대비 2.8배 급증했다.


우리보다 앞서서 책무구조도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국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이후 어느 정도의 사고 예방 효과는 있었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시켰다는 비판도 현지에서 나온다.


AD

결국 책무구조도의 성패와 발전 방향은 올해와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금융사고가 얼마나 줄어드냐에 달렸다. 향후 금융사고가 감소한다면 현장의 부담은 있겠지만 책무구조도는 더 잘 지켜야 하는 제도가 될 것이고, 사고 예방 효과가 별로 없다면 보완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4.1706:10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610:10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010:00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911:19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811:41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 구성원 간에 믿음이 없으니,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춘추시대 유학자인 공자(公子)가 남긴 말을 전했다. 지난겨울 비상계엄의 충격파 속에 혼돈에 휩싸여 있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얘기다. 문 전 의장은 "공자 말씀이 ‘정치가 무엇이냐’를 물으면 군사(국방, 안보)와 식량(경제), 믿음(공동체) 3가지를 말했다"면

  • 25.04.2107:20
    유종일 "이재명 '성장 전략 짜 달라' 전화"
    유종일 "이재명 '성장 전략 짜 달라' 전화"

    유종일 '성장과 통합' 상임공동대표가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스튜디오에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대표는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 목표 달성도 못 하고 부작용만 커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원자력은 꼭 필요하다. 가급적 빨리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연공서열제를 개혁해야 정

  • 25.04.1807:39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국회의원이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희망과 대안 포럼' 이사장이기도 한 양 전 의원은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며 "제3세력 태동 가능성은 사그라들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 대선 이후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깊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7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중

  • 25.04.1308:00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정부를 떠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도 떠날 시점이 올 것이다. 아마 몇 달 후가 될 것 같다"라고 발언하면서 머스크의 조기 사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이탈리아 극

  • 25.04.1207:00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초기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자국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무인기(드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던 북한군이 짧은기간 내에 드론 대응 전술을 익

  • 25.04.0609:01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8 대 0으로 파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불행한 역사다. 지난 4일 오후 3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이상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플랜B가 없다"며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8:0으로 파면됐다.영어로 표현하면 심플 앤드 클리어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