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상당수 불편함 토로
"그때 아니면 서류 떼기 어려워"
시민 편의·공무원 휴식권 충돌
최근 민원 담당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자체 주민들은 직장인의 민원 처리 불편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반면 공직사회는 휴무제가 오히려 민원 처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민원 담당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전국 100여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이 교대 근무 없이 쉬는 제도다. 2017년 경남 고성군 등 민원이 적은 곳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뒤 부산, 광주 등 광역지자체까지 확대됐다. 서울,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민원 처리 공무원이 점심시간에 교대로 돌아가며 근무를 선다.
직장인 상당수는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점심시간 휴무제를 반대한다. 서울 양천구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성종씨(67)는 "직장인은 점심시간 아니면 민원 접수 같은 일을 볼 수가 없다"며 "온라인이나 무인 발급기로 민원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해도 나이 많은 사람들은 어려워서 잘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6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최모씨(40)는 "온라인 민원 처리를 할 수 있어도 인감 등 직접 대면해야만 하는 민원도 있다"며 "점심시간 아니면 서류를 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청장, 군수 등 지자체장 입장에선 민원인들의 불만을 무시하기 어렵다. 선거 때 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환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서울에서 구청장을 만나보면 휴무제를 긍정하는 분도 많다"며 "다만 주민 반발을 의식해 '다른 구에서 먼저 휴무제를 시행하면 따라서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휴무제가 근무시간의 업무집중도와 일처리 속도를 높여 도리어 민원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훈 공무원노조 부산 동구지부장은 "부산의 경우 휴무제가 시행되면서 민원 업무 처리 시간이 더 빨라졌다"며 "기존에는 두 명이 창구 업무를 볼 때 낮 12시~오후 1시, 오후 1시~오후 2시로 교대 근무해 사실상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처리해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민원 처리 공무원이 한 명이라도 휴가를 쓰는 날에는 남은 한 명이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며 "이런 문제로 공직사회 내부적으로 '왜 휴가를 쓰냐'며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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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공무원의 근로 실태 등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지금껏 처리해온 점심시간 민원 업무를 갑자기 안 하겠다고 하면 주민들 입장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며 "부산 등 제도가 정착한 사례를 보고 지자체 고위 관계자들이 어떻게 주민을 설득할지에 대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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