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만 한 달 넘게 지속…재판관 이견설 관측
문형배·이미선 퇴임 시엔 헌재 기능 '마비'
법조계 "더 이상 미룰 명분 없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변론 종결 이후 31일 현재 35일째를 맞았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는 107일째로, 매일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8인의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거나, 일부 재판관이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평의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용 5인 대 기각·각하 3인'의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일 이전에도 선고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주 후반부터 이날까지 헌재 안팎에서는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면서 재판관들의 평의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결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고, 선고일 지정만 남겨뒀다는 것이다. 평결은 재판관별로 의견을 내고,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협의하는 절차다.
이에 다음 달 2일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있고,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금요일에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다음 달 4일 선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번 주는 헌재가 선고를 미뤄온 일정상의 변수가 거의 해소됐다는 점에서 더 미룰 명분도 없다.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은 무죄가 선고됐고, 절차적 걸림돌로 여겨졌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심판도 기각 결정으로 끝났다. 정기선고일인 27일에는 헌법소원 등 밀려있던 일반사건에 대한 선고도 마무리했다.
다만 헌재의 고민이 지속될 경우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직전인 다음 달 11일로 선고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을 사흘 앞두고 선고했다. 퇴임 시기를 마지노선으로 막판까지 심리를 이어갔던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의 평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 외에는 정해진 일정이 없다"며 "선고일은 지정되는 대로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헌재 재판부가 '인용 5인 대 기각·각하 3인' 구도에 직면해 있다면 다음 달 18일까지도 선고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원일치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5대 3으로 기각 결정이 날 경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헌재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을 '위헌 행위'라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지난 24일에는 한 대행 탄핵심판을 기각하면서도 마 후보자 미임명은 위헌·위법하다고 재차 확인했지만 현재까지도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28일 한 대행을 상대로 헌법재판관 불임명에 대한 두 번째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같은 상황이 다음 달 19일까지 이어지게 되면 헌재의 선고 기능이 마비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내릴 수 없게 된다. 윤 대통령 직무 정지 상황이 기약 없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에도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해 6인 재판관 체제가 되자 헌재는 3개월 동안 선고를 중단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2명의 재판관이 퇴임 된 이후 헌재가 6인 체제가 되고 탄핵심판이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소수의견을 가진 재판관도 선고를 연기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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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헌재 심리가 지나치게 장기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을 향해 내달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면서 "(한 대행이) 헌법 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법 개정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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