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비슷한 음악 동료…즉흥 호흡도 잘 맞아
'코다이' 함께 녹음하고파…내달 첫 듀오연주
"음반을 녹음한다면 코다이 졸탄(1882~1967)의 곡은 꼭 넣고 싶어요."
첼리스트 최하영(27)과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5) 자매가 12일 줌을 통해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음반을 낸다면 녹음하고 싶은 곡으로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의 작품을 꼽았다. 두 사람은 자매이자 음악적 동료로서 취향이 비슷하다며, 특히 최송하는 "어릴 때부터 언니가 코다이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 몇 년간 함께 지낼 때, 언니와 듀오로 연주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보며 많은 악보를 읽었어요. 그 과정에서 코다이의 음악이 저희 둘의 성향에 잘 맞는다고 느꼈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선택한 곡이에요."
두 사람은 다음달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국내 듀오 공연을 한다. 유럽에서는 지난해부터 몇 차례 듀오 무대를 선보였지만, 한국에서 함께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하영이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되면서 귀한 무대가 마련됐다.
최하영은 2022년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첼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송하 역시 지난해 같은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결선(최종 12인)에 진출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들 자매의 맏언니 최하임(29)도 영국 런던에서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세 자매가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취미로 첼로를 배울 정도로 클래식 음악을 사랑했고 세 자매는 어렸을 때 악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고 모두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했다.
최하영과 최송하는 때로 과감한 현대음악을 선곡한다는 점에서 닮은 면이 있다. 최하영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20세기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1913~1994)의 첼로 협주곡을 선곡해 눈길을 끌었다. 최송하는 지난해 마포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한 뒤 앙코르로 미국 현대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88)의 '레드 바이올린 카프리스'를 연주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송하는 당시 선곡에 대해 "마포문화재단 그 해 주제가 보헤미안이었다. 보통 드보르자크나 스메트나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좀더 자유로운 소울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찾다 레드 바이올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연곡과 앙코르 곡이 상반된 느낌이어서 관객들도 지루하지 않게 들으시고 저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하영과 최송하는 베를린에서 약 4년간 함께 생활했는데,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우애가 깊다. 최송하는 "언니와 함께 연주하면 부담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어서 훨씬 더 편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며 "평소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하다가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하기 때문에 긴장할 만한 틈이 없다"고 했다.
최하영 역시 "학생 시절부터 함께 연주해온 덕분인지 무대에서도 즉흥적인 호흡이 잘 맞는다"며 "설령 제가 다른 호흡으로 연주하더라도 동생이 너무 잘 받아줘서 같은 곡도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공연은 오래도록 꿈꿔왔던 무대다. "저희는 초·중·고 시절을 거의 다른 나라에서 보냈어요. 저는 독일에서, 송하는 영국에서 자라다 보니 함께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바빠졌고, 지난해부터 조금씩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더욱 뜻깊습니다." 현재 두 사람은 벨기에에서 듀오 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송하는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기대가 크다"며 "우리에게도 매우 소중한 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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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영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 다음달 30일과 11월 2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8월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막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도 연주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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