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LFP·고전압미드니켈 투트랙 전략
46시리즈 양산위해선 건식전극 완성해야
전고체 배터리 성공은 황화리튬 가격에 달려
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2025' 전시회. 가장 큰 전시공간을 마련한 LG에너지솔루션은 부스 한쪽 면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이용한 셀투팩(CTP)과 고전압(HV) 미드니켈을 나란히 배치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LFP와 고전압미드니켈을 모두 내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올해 열린 인터배터리2025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온도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차전지 시장에서 고전압미드니켈이 LFP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대두됐다.
HV미드니켈로 中 저가 공세 막아낼까
미드니켈은 니켈의 함량을 60~70%로 유지한 배터리를 의미한다. 삼원계 배터리중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중이 6대 2대 2인 NCM622이 대표적인 미드니켈 배터리다.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이 선보인 고전압 미드니켈은 NCM622에서 니켈의 함량은 유지한 채 코발트의 비중을 줄이고 망간이 함량을 높여 배터리 전압을 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존 미드니켈 대비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켰다. 당연히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보다는 가격이 낮고 열적 안정성도 우수하다.
고전압 미드니켈을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LFP 배터리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한국의 삼원계(NCM·NCA) 대비 저렴하면서도 안전성이 우수한 LFP 배터리를 내세우며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20% 밑으로 점유율이 떨어지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뒤늦게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나 이미 중국이 기술적, 가격적으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LFP 배터리는 전기차보다는 북미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국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강점을 지난 고전압미드니켈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에 대항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충전속도를 높인 Q라인과 가격에 초점을 맞춘 C라인 2종류의 고전압 미드니켈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분무 열분해법'을 통해 전구체없이 (전구체 프리) 양극재를 생산하는 공정을 도입해 기존보다 10%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셀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고전압 미드니켈을 내세움에 따라 양극재 기업들도 이에 적합한 제품들을 대거 전시했다. LG화학,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의 전시 부스에서는 모두 LFP용 양극재와 함께 고전압미드니켈 양극재 견본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LG화학은 2026년에 니켈 함량 60%, 670Wh/L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고전압미드니켈 양극재를 개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 양극재 업체 관계자는 "LFP도 준비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중국을 따라간다는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리의 기술적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고전압미드니켈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식 전극 기술, 46시리즈 성공의 열쇠
올해 인터배터리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를 준비하는 기업이 많이 눈에 띄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모두 46시리즈의 상용화를 준비함에 따라 소재 및 장비 기업들도 관련 기술들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배터리에 처음 전시공간을 마련한 BYD도 46120(지름 46㎜, 높이 120㎜) 원통형 배터리를 전시했다.
46시리즈는 기존 2170 원통형 배터리에 비해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건식 전극, 탭리스(tabless)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생산비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테슬라가 처음 소개한 46시리즈는 지금까지 양극 및 음극 전극을 생산할 때 사용하던 습식 방식 대신 건식 방식을 도입해 건조 공정을 생략함으로써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양극에서 건식 전극 공정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아직 그 어떤 기업도 대량 양산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46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는 건식전극 기술의 완성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인터배터리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자사의 건식 전극 기술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기술적인 우위를 강조했다. 이차전지 장비 기업인 피엔티도 더배터리컨퍼런스 행사를 통해 건식전극 기술을 발표했다.
고체전해질 가격 낮아져야
전고체 배터리는 보다 상용화에 다가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고체 배터리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삼성SDI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준비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기업중 가장 빠른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다양한 전고체 배터리 소재를 선보이며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음을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기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화재 안전성을 극대화하면서 에너지밀도를 높인 것이다. 고체 전해질로는 황화물계와 산화물계가 사용되는데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에는 대형화에 유리한 황화물계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두고 가장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높은 가격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가격이 높은 것은 그 원료 물질인 황화리튬 가격때문이다. 2024년 기준 황화리튬 가격은 ㎏당 1만2000달러에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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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전고체 배터리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성숙도뿐 아니라 소재의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해 가격을 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선보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수스페셜티케미칼로부터 황화리튬을 공급받아 연산 70t 규모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황화리튬 생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내년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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