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반대 전남도청 3만명 운집
호남홀대론·일극체제 反이재명 정서 영향
지난 주말 민주화의 성지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수집회가 열린 가운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호남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일대에 모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3만명에 달했다. 바로 옆 탄핵 찬성 집회에 1만명이 운집한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여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광주의 변화'이자, '이 대표의 대선 불출마 요구'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야권은 이번 시위가 '외인부대 동원 집회'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일각에선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대규모 보수집회가 열린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재명 체제에서 지적된 호남 지지도 약세가 대선의 자칫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이재명 2기 체제'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표면화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당대표 순회경선에서 이 대표가 권리당원 3분의 1이 포진한 호남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순회경선이 진행된 13개 지역 중 전남에서 득표율 82.48%로 가장 낮았고, 광주(83.61%)와 전북(84.79%) 역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른 지역에서 이 대표의 평균 득표율이 90%선을 유지한 것과는 상반된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체제 지도부가 대거 영남 출신 인사를 선발하면서 '호남홀대론'을 부추긴 것도 크다. 공천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횡사 후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탓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역시 호남 민심의 '반이재명' 정서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판결 직후 호남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결과에 따라서 지지율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과거와 같은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2월 둘째 주 민주당의 광주·전라 지지도는 전주 대비 소폭 상승한 62%를 기록했으나 역대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지지도가 70% 안팎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무당층 역시 18%로 부산·울산·경남 지역 다음으로 많다.
비명계 잠룡들의 호남을 찾아 세력 결집을 시도하는 이 대표에게는 변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지사 취임 후 올해까지 총 14번 호남을 찾았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도 광주·전남을 방문해 지역민들과 교점을 늘리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전날 광주에서 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 진보 진영싸움이어서 50대 49 박빙의 승부로 호남이 가장 중요하다"며 "호남에서 (지지율이) 90% 이상 나와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안 되면 나도 출마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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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민 전 의원은 SNS에 "이 대표는 광주 금남로에 모인 3만 인파의 민심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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