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CSA) 보조금 지급 조건을 재검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 규모 축소 가능성도 있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총 51억9500만달러(약 7조5000억원)의 CSA 보조금을 배정받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370억달러(약 49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보조금 규모와 생산시설 건설계획이 정해진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초과 이익 공유 비율과 중국 관련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보조금 조건에는 노조 노동자 고용, 저렴한 보육 서비스 제공, 초과 이익 최대 75% 공유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기업들이 운영 부담을 호소하면서 사회적 부담은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투자에서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반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의 중국 투자 제한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에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CSA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추가적인 규제가 도입될 경우 이들 기업은 생산시설 유지 및 업그레이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이 제한될 경우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 확대와 후공정(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내 생산된 반도체를 미국 기업에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조건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압박받을 수 있다. 또 반도체 생산시설에 미국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의 접근을 허용해야 하는 조항이 유지될 경우 기술 및 영업 비밀 유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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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기업 한 관계자는 "조원 단위 규모의 보조금은 기업 입장에서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지급 조건이 변동될 경우 투자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 재검토가 예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투자와 중국 사업 운영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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