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내세운 트럼프 美 대통령
1기 때보다 물가 인상 압박 크다
"보편관세 하게 되면 영향 클 것"
韓은 직·간접 수출로 관세 영향권
"일본, 대만, 독일 협력 강화해야"
대-중견·중소기업 연결고리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윌리엄 매킨리 전 미국 대통령 얘기를 많이 했다. 취임사에선 매킨리가 과세를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했다며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매킨리는 재선 뒤 암살당했는데, 생전 마지막에는 "자유무역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를 이해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봐야 한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7일 대전 한남대학교 56주년기념관에서 '트럼프 2기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 주제로 열린 제2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부터 양일간 열린 '202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세부 행사였던 이번 회의에서 이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전망과 영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미국 제25대 대통령(1897~1901년)인 매킨리와 제40대 대통령(1981~1989년)인 로널드 레이건 정책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킨리 대통령이 과거 고관세를 통해 자국 산업을 키우고 팽창주의로 영토를 확대했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유권자 표심 확보를 위한 정치적 요인뿐 아니라 무역 불균형 해소, 제조업 일자리 회복 등의 산업통상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봤다. 미국 재정 적자가 향후 10년간 4.6조~11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관세를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이 원장은 "트럼프 관세 정책이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를 살펴보려면 미국의 거시 변수가 어떻게 변할지,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지, 재정 적자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 집중했던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2기 때는 보편관세 논의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보편관세를 하면 굉장히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1기랑 다르게 물가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보편관세에 따른 물가 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이 나타날 경우 미국 무역적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원장 평가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결국 매킨리 대통령이 마지막에 느꼈던 것(자유무역>관세)을 언제 느낄까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미국 중간선거가 통상 정책 성패의 1차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을 상대로 한 직접 수출뿐 아니라 중국 제품이 미국으로 흘러가는 데 있어 간접 수출과 연관이 있다 보니 관세 영향권에 포함될 수 있다. 베트남과 멕시코, 대만, 캐나다, 일본 등이 간접수출과 연관이 있는 만큼 압박을 받을 수 있는 국가끼리 모여 협력하면서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이 원장 주장이다.
그는 "일본, 대만, 독일 같은 국가와의 협력을 지금보다 강화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와의 협력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온쇼어링 정책으로 대기업이 (해외로) 투자하면 지금 국내에서 갖고 있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과의 연결고리가 약화할 수 있다"며 "이 고리를 어떻게 건전하게 유지하고 강화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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