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정책 후퇴하는 2기 트럼프
중국은 "국제사회 협력" 강조하며 차별화
"약속없이 책임있는 강대국 된다" 우려도
중국이 기후대응의 새로운 리더 자리를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기후협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이를 틈 타 중국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강조하고 친환경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자국의 환경산업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되자 달라진 中 태도
중국의 친환경 기조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미묘하게 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부터 시작된 플라스틱 국제협상이다. 당시 협약의 최대 쟁점은 ‘생산 감축’ 규제였다. 중국은 대표적인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논의 자체를 반대했었지만,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돌연 협상을 진행하는 데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중국의 태도가 바뀌면서 협상국들의 이목이 쏠렸다.
같은 달 진행된 제29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도 달라진 기류가 포착됐다. 회의장에서 중국은 2016년 이후 개발도상국에 기후행동을 위한 자금 240억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기후와 관련된 자금을 세세하게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BBC에 따르면 COP29에 참여한 한 수석 협상자는 “(중국의) 협상 스타일이 이전 몇 년과 현저히 달랐다”면서 “중국이 모든 논의에서 비정상적으로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앞장서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생태환경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국의 정책과 행동’ 보고서를 내고 “일부 국가들이 소규모 동맹을 만들고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일방적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가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를 철회하도록 독려하고, 특히 미국과 유럽이 시행하는 기후 보호주의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를 명분으로 저개발국가와의 협력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은 기후협상에서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으로 분류돼 재원부담 의무가 없다. 하지만 자체적인 협약을 통해 42개 개도국과 52건의 기후협력조약을 맺고, 120개 개발도상국에서 1만명을 대상으로 300건 이상의 환경역량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5만가구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아프리카 솔라 벨트’ 프로그램을 구축했고, 태평양에서는 해양재난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속내는 자국 친환경 산업 살리기?
중국의 탄소감축 목표와 에너지 정책은 매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억6000만t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부문의 생산량을 통제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까지 담겼다.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현재 30%에서 2035년까지 55%로 늘리고, 2050년에는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70% 이상 감축하겠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중국의 친환경 전략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정교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11월4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했을 때도 중국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과감한 목표제시가 없고 실질적인 재원 제공이 없다는 비판도 함께 있었다. 이번에는 개도국에 실질적인 자금을 제공하고 자국의 탄소중립 목표까지 올려 잡았다.
이 같은 중국의 친환경 행보는 자국 산업과도 긴밀히 연관돼있다. 미국과 유럽의 녹색 보호주의에 맞서 자국의 전기차나 태양광 등의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환경개발국제협력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저탄소기술 수출은 1992년 8억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의 친환경 기조에 힘입어 2022년 관련 수출이 257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도 1.1%에서 22.8%까지 확대됐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환경문제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마치 친환경에 앞장서는 듯한 이미지가 생길 수 있어서다. 핀란드 비정부기구(NGO)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벨린다 샤페는 “미국이 글로벌 기후 의제를 버리면 중국은 아무런 새 약속 없이도 스스로를 책임 있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묘사하는 편안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SCMP에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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