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면의 질이 세계 평균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마트 기기 업체 가민이 발표한 '2024 가민 커넥트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수면 점수에서 한국은 평균보다 낮았다. 올해 전 세계 평균 수면 점수는 71점으로 ‘보통’ 수준이었다. 한국은 5점 낮은 66점에 그쳤다. 가장 잘 자는 나라는 네덜란드(73점)였고 가장 수면의 질이 나쁜 나라는 인도네시아(64점)였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8시간 22분)보다 31분이 부족, 최하위를 기록했다.
25년간 수면의학자로 다양한 환자를 만난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국이 수면 문제를 전염병이나 공해와 같은 공공보건의 문제라고 선언했듯이 수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문제"라며 "한국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결과만 봐도 한국인들의 수면의 질은 최저"라고 짚었다. 사람들은 수면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잠 몇시간 줄이는 건 건강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스스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잠은 하루만 못 자도 몸과 마음에 많은 영향을 준다. 정 교수는 "단기적으론 스트레스 반응이 증가하고 혈압과 혈당이 증가한다"면서 "정서적으로는 쉽게 짜증을 내고 불안이나 우울감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비만,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뇌졸중의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건강에 좋은 최적의 수면 시간은 청소년 8~9시간, 성인 7~8시간이다. 그렇다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까. 우선 침대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에서 나오는 LED 조명은 480㎚ 근처의 푸른색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 푸른색 파장이 활동의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한다. 눈의 망막에서 시신경 교차상핵으로 보내는 광민감망막신경절세포가 480㎚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해 호흡에 사용되는 산소의 독성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권장하는 침실 온도는 16~18도이며, 아침에는 심부체온이 최저점을 지나 상승하면서 기상을 준비하므로 침대나 침실 온도가 자기 전에 비해 따뜻해야 잠에서 깨기가 수월하다.
한편 하루 동안 개인의 에너지 수준을 나타내는 ‘보디 배터리’ 점수의 세계 평균은 71점이었다. 보고서에는 세계인의 건강과 피트니스 활동 분석 정보가 담겼다. 한국은 68점으로 집계됐다. 보디 배터리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네덜란드(74점)였다. 가장 낮은 국가는 66점의 일본이었다.
다만 걸음 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전 세계 가민 이용자 기준 평균 하루 걸음 수는 8317보로 집계됐다. 한국인은 이보다 많은 9210보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 수 1위 국가는 홍콩으로 1만340보를 기록했다. 스트레스 수준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한국은 28점으로 전 세계 평균인 30점보다 조금 낮았다. 반면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나라는 말레이시아(33점)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