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표결에서 탄핵 가결 가능성 커
'올 것이 왔다'…대통령실도 예의주시
용산 밖은 화환 쏟아져…분열 우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분위기다. 지난주 첫 표결 때와 달리 이번엔 가결 가능성이 한층 커진 만큼 직원들 사이에선 '올 게 왔다'는 목소리와 함께 한숨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대통령실 외부에는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이 보낸 화환이 쏟아지면서 본격적인 탄핵 블랙홀 정국을 실감케 했다.
13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14일 오후 국회 표결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높아지며 가결까지 필요한 이탈표 '8명'을 채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날 윤 대통령이 마치 헌법재판소 변론 요지 같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말한 만큼 용산에서도 탄핵 국면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다수 참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묵하고 있으나 결국 탄핵 국면으로 치닫는 것에 아쉬움이 큰 모습이다. 한 비서관은 통화에서 "직원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며 "분위기가 좋진 않다"고 했다. 특히 지난 11일 경찰이 대통령실에 대한 첫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용산의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다른 비서관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향후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때는 청와대 참모들이 줄줄이 엮이며 구속됐다. 비상계엄의 경우 대다수 용산 참모들도 모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그때와 상황이 다르지만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은 지난 4일 새벽 윤 대통령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일부 인사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되면 대통령실 업무도 사실상 올스톱된다. 새벽부터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며 각종 정책을 준비했던 직원들의 경우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관여 여부와 무관하게 윤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도 많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참모, 직원도 모르게 진행된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 "허무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실 청사 바깥은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들로 둘러싸이고 있다. 지난 11일 대통령 서문 입구 쪽 40여개에 불과했던 화환은 현재 1000~2000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맞은편 전쟁기념관은 물론 국방컨벤션을 넘어 녹사평역 방향까지 매일 수백개의 화환이 설치되고 있다. 모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현장에서 쓰러진 화환을 세우던 한 50대 시민은 "전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마음이 아파 나왔다"며 "우리 대통령님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반면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화환 수가 많지만 일부 보수단체가 대규모 주문을 한 만큼 지지 세력이 과대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환을 설치하던 상인은 "인터넷으로 단체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근조화환은 대통령실 제지로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의 공방이 시작되면 용산을 기점으로 충돌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광란의 칼춤' 등 거친 표현을 쓰며 보수 핵심 지지층 결집을 노린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날 탄핵을 촉구하며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 대통령실·관저로 행진해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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