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한군 사상자, 구체적인 첩보 있어"
우크라, 쿠르스크 공습…북한군 배치된 지역
군인들 목숨값으로 러시아 지원 노리는 북한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사상했다는 첩보를 정보 당국이 확인하고 있다. 군인들이 전장에서 피를 흘린 만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어떤 기술·지원을 얻어내려 할지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파병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사상자의 존재를 묻을 가능성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최근 외신이 인용한 서방 당국자와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서 북한군 사상자에 관한 주장이 여럿 나왔는데, 우리 정보 당국이 확인한 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올해 6월 러·북 조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서로를 위해 피를 흘리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러시아는 이미 파병에 따른 대가로 군사적 지원부터 식량·에너지 등 경제적 보상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북한군으로 러시아의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은 우크라이나가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하면서 북한군 약 5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르스크 공습으로 북한군 고위 장성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일 최대 12기에 달하는 스톰섀도 미사일로, 쿠르스크 인근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본부 추정 목표물을 타격했다.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알려졌으며, 공습이 이뤄진 쿠르스크 지역에만 1만명 이상의 북한군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같은 공격이 이뤄진 당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군) 병사 1만1000여명이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경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러시아의 공수여단이라든지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었다. 당시 사상자와 관련해선 상충하는 정보가 많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첩보가 있다'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파병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군으로 위장 투입하는 만큼 사상자에 대해 마땅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북한 내부에선 자녀가 파병된 데 대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지만, 군 복무기간 가족과 이렇다 할 연락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병 자체를 가족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북한은 칭호·훈장 부여 등으로 참전 및 사상에 대한 보상을 갈음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차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러시아는 한국 정부의 무기 공급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4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간 정부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던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내년 1월 미국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는 상황을 고려하겠지만,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 나가겠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살상무기 지원이나 155㎜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장으로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공급해온 북한은 170㎜ 자주포,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까지 추가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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