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산업협회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
이동욱 "중국 정부 전폭 지원…여전히 불리한 경쟁"
올해 상반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년보다 10% 넘게 증가한 매출을 거뒀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추격과 자국산 부품 채택 증가로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6일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약 187억달러(약 26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이 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은 같은 기간 13.7% 늘어난 147억달러(약 20조5000억원), LCD 매출은 17.7% 증가한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나타났다. OLED 매출의 경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치는 2022년 상반기 146억달러(약 20조3800억원)다.
IT와 TV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OLED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 기술적 우위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중·대형 분야에서 태블릿, 노트북 등 IT 제품 매출은 약 46억달러(약 6조4000억원)로, 79% 증가했다. TV용 OLED 매출도 30.6% 증가해 약 24억달러(3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패널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지만,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한 LTPO 패널 매출은 24% 증가해 65억달러(약 9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에너지 절감과 같은 소비자 요구에 맞춘 고성능 기술 개발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中, 자국산 부품 채택 확대…韓 기업 공급 비중 감소
하지만 중국은 자국산 부품 사용을 대폭 늘리며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줄여가고 있다.
중국 내 노트북 OLED 시장에서 지난해 98.6%에 달했던 한국산 점유율은 6개월 만에 44%로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중국산 점유율은 56%다.
중국 내 스마트폰 OLED 패널의 경우 올 상반기 한국산 패널의 공급 비중은 13.9%에 그친 반면 중국산 패널 비중은 86.1%를 기록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76.8%에 달했던 한국산 OLED 패널의 중국 내 점유율은 3년 만에 10%대로 내려앉았고 올해 들어 더 악화했다.
중국은 또 인도와 아프리카 같은 신흥 시장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 OLED 패널은 기술적 수준이 아직 국내산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저가 공세를 통해 신흥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들도 중국을 제외한 북미와 유럽 중심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고성능·저전력 OLED 기술을 강화해 자국 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25년 고성능 OLED 제품 확산 속 국내 기업 수혜 예상
디스플레이 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OLED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협회는 2025년 OLED 시장이 약 483억달러(약 67조3000억원)로 5.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LCD 시장은 807억달러(약 112조5000억원)로 5.6% 증가해 전체 시장 규모는 1307억달러(약 182조1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출하대수 기준으로도 OLED가 전년 대비 4.4% 증가한 약 11억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LCD는 0.6% 감소한 23억대로 OLED가 빠르게 LCD를 대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부가가치 OLED 제품 확산으로 한국 기업이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5년 아이폰 17 시리즈 전 모델에 LTPO 패널이 적용될 경우 이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이 공급물량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또 OLED 기반의 아이패드 프로 출하량은 2024년 한 해 약 610만대에서 2025년 약 750만대로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급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군에서 한국 기업들은 LTPO, 투스택탠덤 OLED 등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심화…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 타격 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통적으로 대중 관세정책 강화와 보호무역주의를 언급한 만큼 미·중 무역분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은 중국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분쟁 심화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기업은 중국의 애국소비·자국산 채용 속에서도 중국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83%이상의 공급 우위를 기록했다"며 "애플이 올해 아이패드 프로 OLED 채택, 내년 출시될 아이폰17에 LTPO 전면 채택기조로 국내기업의 OLED 시장 선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비하면 여전히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최대 수요처인 애플은 탈탄소화와 RE100 등 친환경 정책을 선도하고 있지만, 경쟁국인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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