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12월말이어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장 추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추천 절차에 돌입해야 하고, 1개월 전에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 추천 완료가 11월 말이니 신임 행장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9월 2~5일 기획시리즈를 통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 우리은행 금융사고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오랫동안 누적된 잘못된 조직문화 때문이며, 근본적으로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문화가 제대로 바뀌려면 신임 행장은 내부 출신이어서는 안 된다. 은행 내부에서는 조병규 행장이 상업 출신이었으니, 다음은 한일 차례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지주는 전략과 큰 정책 방향을 정하는 곳이니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와도 되지만, 은행은 영업을 하는 곳이어서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출신 CEO가 당연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는 구태적인 조직문화에 젖어있는 내부 출신이라는 게 결격사유다. 오랜 기간 반복돼 온 연줄 문화, 위계적인 상하관계, 기회주의적 처신 등 잘못된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 출신이 행장이 돼야 한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은행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금융은 바뀌지 못한다.
우리은행에서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된 한빛은행 이후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V세대라고 한다. 한빛은행의 영문 명칭 ‘HanVit Bank’의 V에서 따온 것이다. 이후 우리은행으로 입행한 직원들을 W세대라고 하기도 하지만 크게 한일-상업 출신이 아닌 이후 세대를 V세대라고 한다.
첫 공채 출신 V세대는 2001년말 공채를 통해 들어왔다. V세대는 입행한 지 25년 가까이 돼서 현재 지점장급과 본부 부장급 중 일부가 있다고 한다. 한일-상업 세대는 5년 정도 지나면 정년이어서 거의 다 은퇴한다. 우리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뀌려면 한일-상업 세대가 사라지고 V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V세대 역시 친(親) 한일, 친 상업으로 연줄 문화가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조직문화에 익숙하다 해도 신임 행장이 공정한 인사와 성과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간 제대로 실행한다면 바꿀 수 있다. 윤종규의 국민은행이 그 사례다.
우리은행장 선임은 제2의 윤종규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 행장 선임에서 당연히 예전처럼 외부 출신을 포함시킬 것이다.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니길 바란다. 지금은 헤드헌팅 업체들로부터 추천 받는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고 있다. 여러 통로를 통해 좀 더 폭넓게 많은 인재들을 검토하길 바란다.
우리금융, 우리은행에게는 V세대가 전면에 나서는 시점까지, 지금부터 몇 년 동안이 절호의 기회다. 외부 출신 신임 행장이 등장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V세대는 윗세대의 잘못된 조직문화와 결별하고 완벽한 세대교체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또 임종룡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더더욱 신임 행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금융, 우리은행에서 ‘V세대’가 한빛세대가 아니라 ‘승리(Victory) 세대’가 되길 기원한다. ‘V세대’를 응원한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