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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대장정 2R종료‥'K재벌 세대교체'와 '급성장 자본시장'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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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 달 열흘 이어온 공개매수 종료의 날
고려아연 측 최대 20% 지분 확보를 목표로
향후 주주총회 열어 의결권 대전으로 이어질 듯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발생 한 달 열흘 만인 23일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 종료로 일단락을 맺는다. 분쟁 1라운드에선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고려아연 측은 2라운드 격인 이번 공개매수를 끝내며 최대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해 의결권 과반을 향해 바짝 따라붙는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성패를 떠나 재벌 중심 한국 산업계의 과도기적 성장통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집단의 세대교체와 급성장하는 한국 자본시장의 불균형이 합쳐져 K-상장기업의 부실한 민낯을 보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대장정 2R종료‥'K재벌 세대교체'와 '급성장 자본시장'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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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열흘 '공개매수' 대장정 마무리‥고려아연 최대 20% 지분 확보 목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청약은 23일 오후 3시30분까지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최대 17.5%,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진행하는 공개매수로 2.5%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항 공개매수가 끝나면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목표 물량을 모두 채웠다고 가정할 경우 자사주 소각 후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측 의결권 지분율은 각각 48.03%, 45.6%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미세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이후 남은 물량을 두고 양측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 이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률, 주총 출석률 등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 국면은 내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겨도 이긴 게"‥韓 재벌 '세대교체'와 급성장 자본시장의 민낯 공개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국 재계와 자본시장에 던진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 A대표는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누가 이겨도 아름다운 모습의 승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쟁 과정에서 소모된 비용이 많이 든데다, 해당 기업의 재무적 약점과 오너 리스크가 분쟁 과정에서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벌어질 법적 다툼까지 고려하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배주주 위주의 의사결정과 '거수기' 이사회 등 한국 자본시장의 후진성과 세대를 이어 경영권을 물려주는 한국의 기업집단 특유의 전 근대적 경영문화의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한 대형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분쟁은 애국심에 호소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비재무적 측면이 부각돼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며 "한국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되돌아보는 자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 지분으로 기업 경영권을 장악해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다수 주주 보호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선행돼야 기업들이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의 선진화 작업도 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펀드의 수익 추구·투자금 소진을 위한 활동, 한국 재계의 리스크로 부각

일각에서는 MBK와 같은 정통 PEF가 기업에 적대적인 행동주의 펀드처럼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는(CIO)는 "이번 사태는 드라이파우더(미집행투자금)를 소진하기 위해 유망한 대형 딜(deal)을 찾아야 하는 메이저 PE의 절실함과 한국 대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맞물려 나타난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고려아연뿐 아니라 SK·두산 등 국내 대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국내외 펀드들의 각종 개선 요구가 재계 전체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도하게 급진적, 공격적인 행동주의 활동은 오너 경영 중심의 한국 재계 전체의 시스템을 한 번에 뒤흔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MBK 쇼크'를 진정시킬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펀드의 '목표물'이 되지 않기 위해 결국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 해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남우 한국기업버넌스포럼 회장은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기업은 정해져 있다"며 "회사의 펀더멘털, 즉 기본가치와 성장 잠재력이 좋지만 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좋지 않아 주가가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주주를 위한 자본거래, 의도적인 주가 하향 압력 등으로 '밸류업' 하지 못한 기업들은 주가를 올리고 주주를 위한 활동에 충실한 기업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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