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실상 국내 유일 인듐 공급업체
자원확보 어려운 양극재 핵심소재 코발트도 추출
"적대적 M&A는 산업계 실존의 문제"
아연, 은,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이 국내 희소금속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는 가운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국내 산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약 MBK파트너스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국내 비철금속 및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의 안정적인 공급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 세계에서 들여온 아연과 연 정광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인듐, 코발트, 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추출해 산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인듐은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 태양광 패널 등 첨단 산업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고려아연은 전 세계 인듐 생산량의 11%를 맡으며 국내에선 거의 유일한 공급 업체다. 이러한 희소금속은 특정 국가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고려아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 생산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전 세계 코발트 공급의 70%가 콩고에 집중돼 있어 자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자사 제련 공정에서 극소량의 코발트를 회수해 공급망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같은 주요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희소금속까지 생산하며 국내 산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중국과 호주의 갈등 속에서 벌어진 요소수 대란은 공급망 불안정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만약 국내 희소금속 핵심 기술진이 해외 경쟁사로 자리를 옮길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산업계 생존이자 실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세계 최대 아연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연과 은 생산에서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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