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바이오 집중은 올해 들어 처음
'겨울론' 불어온 반도체는 비중 축소 '칼질'
'밸류업' 수혜주였던 지주사도 대거 덜어내
'검은 월요일' 등 증시가 출렁였던 3분기에 국민연금이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대량보유 종목(지분율 5% 이상)에 신규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지주사는 장바구니에서 덜어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총 130건의 대량보유종목 지분율 변동 내역을 공시했다. 이 중 신규 편입된 종목은 9개였으며 업종별로는 제약·바이오가 4개로 가장 많았다. 반면 지분율이 5% 미만으로 감소해 대량보유종목에서 제외된 종목은 21개였으며 반도체 소부장 업체가 9개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지주사(4개)였다.
대량보유 종목은 지분율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경우 보유목적에 따라 '단순투자'는 변동분기의 익월 10일 이내, '일반투자'는 변동월의 익월 10일 이내에 각각 공시해야 한다. 1·4·7·10월은 이 2가지 공시 의무가 겹쳐 100건 이상의 공시가 몰리는 달이다. 국민연금의 대량보유종목은 7일 기준 총 273개이다.
간만에 찾아온 '바이오 러브콜'
3분기 대량보유종목으로 편입된 9개 종목은 8.25%의 지분을 보유한 STX엔진을 비롯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6.34%), 시프트업(6.15%), 뷰노(5.11%), 리가켐바이오(5.08%), 지아이이노베이션(5.04%), 에코프로머티(5.03%), JW중외제약(5.02%), 애경케미칼(5.01%)이다. 이 중 JW중외제약과 리가켐바이오, 뷰노,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제약·바이오 업종에 속한다. 뷰노는 인공지능(AI) 진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며 리가켐바이오는 항암치료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올해 초 오리온이 인수한 기업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역시 항암제와 관련이 있으며 JW중외제약은 업력 79년의 국내 '10대 제약사'로 꼽힌다.
올해 국민연금의 장바구니에서 바이오주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3분기가 처음이다. 수년간 침체했던 바이오는 최근 들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반등시 1순위는 바이오라는 관점을 유지한다"며 "올해 바이오 사이클의 시작이라 보는 이유는 '생물보안법'으로, 미국의 법안이 제정될 때 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빠르면 내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바이오 기업에 보조금 제공 금지가 핵심이다. '대중(對中) 제재'의 연장선상이다. 덕분에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수혜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 외에 국민연금의 러브콜을 받은 STX엔진은 전방산업인 방위산업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 분할된 회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을 보유 중이었던 국민연금은 분할로 인해 이 종목도 자연스럽게 보유하게 됐다. 시프트업은 3분기에 상장한 게임주이며 에코프로머티는 3분기 반등세를 보였던 이차전지 대표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애경케미칼도 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차전지주의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겨울론' 반도체와 '밸류업' 관련주 '칼질'
반면 반도체 소부장 종목 9개는 지분율 5% 미만으로 감소하며 대량보유종목에서 제외됐다. 티이엠씨(4.6%), 하나머티리얼즈(4.29%), 에스앤에스텍(4.25%), ISC(4.19%), 대주전자재료(4.07%), 주성엔지니어링(3.94%), 테크윙(3.93%), AP시스템(3.8%), 디아이(3.7%) 등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한 3분기에 공교롭게 국민연금이 반도체 관련주의 비중을 축소한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 주성엔지니어링과 하나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한국거래소가 신설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종목에 포함된 종목이기도 하다.
이 밖에 올해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던 지주사도 국민연금의 대량보유종목에서 대거 탈락했다. HS효성그룹의 지주사 HS효성(4.55%), SK디스커버리(4.21%), LX홀딩스(4.00%), 피에스케이홀딩스(3.98%) 등 4종목에 대해 모두 지분율 5% 미만으로 비중을 조절했다. 지분율 5% 이하는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비중을 더 줄이더라도 공시하지 않는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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