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92번 돌렸지만…모두 수용 불가 통보
세 차례 심정지 끝에 결국 사망
지난 추석 당일 부산에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소방당국이 병원에 92차례 전화를 돌렸으나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17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추석 당일 부산에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소방당국이 병원에 92차례 전화를 돌렸으나 끝내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소방당국의 ‘심정지 환자 이송지연 관련 동향보고’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17일 오전 2시15분쯤 119에 경련과 구토 증상 등을 호소하는 30대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의식 장애 상태로 중증도가 가장 높은 레벨1 단계였다.
이에 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 치료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렸지만 부산 시내 병원 10곳에서 모두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 사이 A씨는 구급차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A씨는 인근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여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해당 병원 역시 의료기기가 부족해 상급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소방당국은 부산 시내 대학병원 3곳을 비롯해 타 권역인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과 충남 천안 순천향대병원에도 연락했지만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수용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모두 92차례 연락 끝에도 병원을 찾지 못한 A씨는 심정지를 세 차례 더 겪었고 결국 오전 6시25분쯤 사망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 상황을 두고 “개별 사례로 봤을 때 의료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연휴 기간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응급실을 찾지 못해 결국 환자가 숨지는 사례가 나오면서 '응급의료체계가 정상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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