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사무실 출근 방침 선언에
재택근무 연구 석학 "퇴사율 30%↑" 전망
눈치보던 다른 빅테크 뒤따를지 주목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재택근무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내놓은 깜짝 선언이 세계를 흔들었다. 내년 1월부터는 재택근무를 완전히 없앤다는 선포였다. 빅테크 기업이 대부분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사무실 출근 병행)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 5일 사무실 출근 방침을 밝힌 건 아마존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장점이 많다고 믿고 있다"며 협업, 브레인스토밍, 발명 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튿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20년간 재택근무를 연구해온 석학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향후 1년 내 아마존에서 발생할 일을 예측해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마존의 퇴사율이 3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퇴사율 급증으로 내년 중반쯤에는 아마존이 주 5일 사무실 출근 결정을 조용히 철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1년 뒤엔 '찻잔 속의 폭풍'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고용주와 직원의 사무실 복귀 전쟁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경제 상황과 맞물려 권력의 추가 직원에서 고용주로 기울면서 전쟁은 본격화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아마존의 결정이 "고용주가 근로자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회사들도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직원을 사무실로 출근하게끔 하고 싶었던 고용주 입장에서는 하나의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가장 활성화한 국가다. 비영리 연구단체 WFH리서치가 매달 조사하는 미국 내 완전 재택근무 중인 근로자 비중은 29%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도 보편화하면서 주 5일 사무실 출근하는 미국 직장인은 3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사무실 수요가 줄면서 미 전역의 사무실 점유율도 팬데믹 이전 대비 절반 정도에 머무른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한 근로자들의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다. 아마존 내부 메신저에는 재시 CEO가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going back)"이라고 한 발언을 비꼬아 '퇴보하는 것(going backwards)'이라는 비판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 직원은 "지구 최고의 고용주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던 말은 어디로 갔을까"라고 글을 올렸다. 여기까진 그동안 경험해온 사무실 복귀 전쟁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지금부터 주목할 건 아마존이 내놓은 결정이 세계 업무 방식 변화에 얼마나 파급 효과를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업무 환경에서 이전의 근무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간다는 건 사실상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 회귀가 될 것인가, 퇴보가 될 것인가. 실험의 결과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간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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