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안 가리고 '정치 보복' 규탄
윤상현 "전직 대통령 다 직접 조사 받았다"
여야 대표가 만난 지 하루 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가 새로운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은 정당한 수사라며 야권을 압박하는 반면, 야권은 정치 보복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보복을 단호히 배척한다"며 "전 정권에 보복하고 야당을 탄압한다고 민생이 나아지지도, 국면이 전환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SNS 게시물의 하단에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공유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모두발언을 통해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찐명' 색채가 짙어진 민주당 지도부도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비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며칠 전 국정브리핑을 통해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찰을 앞세워 전 정권을 겨냥한 정치보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망신 주기, 야당 죽이기, 정치보복 수사로 윤 정권의 지지율 폭락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역시 "현 대통령의 부인은 황제 조사에 무혐의를 받으면서 전 대통령의 전 사위를 조사하는 것을 법 앞에 평등이라고 하는 건 현실 부정을 넘어 판타지 중독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비이재명계 역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비판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 국민 통합"이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 수사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날 SNS를 통해 "수사로 보복하면 깡패냐고 했던 윤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며 "임기 내내 전 정권 인사를 수사한 검찰이 급기야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 움직임을 취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오는 8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해 검찰 수사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원래 연임 직후인 지난달 25일 예방하려고 했지만, 이 대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뤄졌다. 아울러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기구도 구성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수사가 법률과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정당한 수사'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2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등 적폐청산에 열광하던 민주당이 야당이 된 뒤 수사에 반발하는 건 내로남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검찰의 직접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를 '경제 공동체'로 볼 것이냐 여부가 이번 검찰 수사의 관건인데, 직접적인 가족 관계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경제 공동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죄와 관련해 최순실 씨와 가족이 아닌데도 '경제 공동체'로서 수사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률과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정당한 수사를 중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 역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 직접 조사받지 않았느냐"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살펴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야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전날 여야 대표가 회담에서 비쟁점 민생법안 논의를 위해 '공통공약 협의 기구 구성'에 합의하는 등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갈등 우려에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한다. 문제가 있어도 정치권 눈치를 봐가며 수사를 안 하면 그게 오히려 정치검찰"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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