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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韓·印 손 굳게 맞잡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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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밋 쿠마르 주한인도대사 인터뷰

세계 5위 경제 대국. 증시 시가총액 글로벌 5위. 인구 1위. 모두 인도가 보유한 타이틀이다. 그러나 인도의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듯하다. 지난 6월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그동안 인도 경제의 성장을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7조달러로 늘리기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뷰]"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韓·印 손 굳게 맞잡을 때" 아밋 쿠마르 주한인도대사가 서울 용산구 주한인도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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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밋 쿠마르 주한인도대사는 지난달 3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8.2%를 기록했고 2030년까지 연평균 7%대 경제성장률이 전망된다"며 "2027년쯤엔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세계가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격랑에 휩싸여 있다"며 "G20 회원국인 한국과 인도가 서로의 손을 더 굳게 맞잡고 지금껏 해온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함께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쿠마르 대사의 자신감의 원천은 '메이크 인 인디아'(모디 총리의 제조업 육성정책)에 있었다. 애플은 차기작 아이폰 16 플래그십 모델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택했다. 세계적으로 제조업체들의 탈중국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쿠마르 대사는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면 된다"며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인도 노이다에 두고 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조립·테스트·마케팅(ATMP)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쿠마르 대사는 제조업 다음가는 양국의 주요 협력 분야로 스타트업을 주목했다. 그는 "인도에서 2016년만 해도 몇백개에 불과했던 스타트업이 11만개를 넘어섰다.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도 113개에 이른다"며 "인도의 수학·과학·IT 분야 인재들과 한국의 혁신적인 벤처 생태계가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오늘 아침에도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GSC) 개소식에 참석해 양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 및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며 "전기차, 그린 수소, 방산, 우주산업 등 양국의 협력 저변은 넓어지고 다양한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쿠마르 대사와의 일문일답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다. 앞으로 모디 정부와 주한인도대사관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외교활동은 무엇인가.

▲10년 차에 접어든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모디 총리의 3연임으로 인도 정부의 기존 대외정책 기조들이 연속성을 띠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지난 G7,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한 데 이어 양국 외교장관의 만남도 잇따라 성사되는 등 고위급 회담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인도의 K-자주포(인도명 바지라) 도입을 통한 방산 협력부터 경제 통상, 기후 문제,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현안에 이르기까지 함께 머리를 맞댈 지점이 많다.


-양국은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맞이했다. 수교 이후 인도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산업과 앞으로 주목해야 할 유망 산업은 무엇인가.

▲역시 제조업이다. 현대, 삼성, LG, 포스코 등 굴지의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철강 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제도를 도입해 14개 제조업 부문에 500억달러(약 69조원)를 지원하는 등 제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게임 산업까지 투자가 다각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해 인도 내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6대 은행은 인도에 15개 지점을 개설했고, 7개 지점이 올해 추가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 1위를 차지한 크래프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다. 두 나라의 뛰어난 인재 풀과 높은 교육 수준이 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양국이 인적 자원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인도는 2020년 신(新)교육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해외 대학과의 교류·협력에 주안점을 뒀다. 우리 대사관에서는 양국 대학 간의 공동 연구 및 커리큘럼 개발, 자매결연을 통한 교환학생, 공동학위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과 LG가 그들의 가장 큰 해외 연구개발(R&D) 센터 및 연구소를 인도에 세워 톱티어 IT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도 좋은 사례다. 또 한국이 경기도에 짓고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칩 클러스터에 인도의 IT 인재들과 숙련 노동자들이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도 증시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시가총액 글로벌 5위에 올라섰다. 인도 주식 투자를 고민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인도의 유망한 산업이나 기술이 있다면.

▲모디 정부에선 건설 인프라, 재생 에너지, 전력 부문의 투자와 성장이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산업을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도는 대지가 넓고 일조량이 풍부해 전 세계에서 태양광 에너지 비용이 가장 저렴한 나라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가 인도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인프라도 유망하다.


-인도하면 '세 얼간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신 스틸러로 평가받은 인도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도 있다. 이처럼 미디어를 통해 비치는 인도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곳에 와 다양한 분야의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인도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이미지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언급된 작품들도 인상 깊었지만, 한국과 인도 사이엔 작품화할만한 유서 깊은 역사적 고리가 많다. 1세기경 한국으로 건너간 인도의 슈리라트나 공주(허왕후)와 가야를 건국한 수로왕의 결혼이 대표적이다. 또 양국은 불교를 통해서도 이어져 있고,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불'에 비유하며 시를 선물한 일화도 유명하다.


-인도에선 한 대학 한국어학과에 10만명의 지원자가 몰려들 정도로 한국어 교육 열풍이 뜨겁다고 들었다. 현지에서 한류에 대한 인식이나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팝, K드라마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는 열망이 대단하다. 현재 인도 내 16개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며 이 중에는 아예 한국학 전공 프로그램을 개설한 곳도 있다. 심지어는 유튜브로 한국어를 독학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과 인도의 경제 통상 교류가 확대되면서 한국어 공부를 자신의 커리어 개발의 기회로 삼으려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 같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어쩌다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됐나.

▲여행을 다니며 다른 나라의 문화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또 정부 기관에서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일도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특성들이 합쳐져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 같다.


-한국 생활은 얼마나 만족하나. 한국 음식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을 텐데.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 부임한 지 22개월이 돼가는데 사람들은 물론 전반적인 인프라와 문화도 마음에 든다. 특히 한국 음식의 경우 중국에서 근무한 25년 전부터 즐겨 먹을 정도로 나와 내 가족의 소울 푸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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