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대 4시간 이용 가능
입소문 타며 이용객 증가
주부 이은주씨(38)는 육아에 하루하루 숨 막히는 일상을 보낸다. 새벽같이 일어나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를 오롯이 혼자 돌보면서 청소·빨래 등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서울형 시간제 전문 어린이집’을 알게 됐고, 이제는 숨 돌릴 틈이 생겼다.
최근 서울시가 시행하는 시간제 어린이집이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급한 상황에서 친인척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간제 어린이집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형 시간제 어린이집 누적 이용 건수는 시행 5주간 총 153건이다. 해당 제도는 하루 최대 4시간, 월 60시간까지 아이를 지정된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다. 이용료는 시간당 2000원이며 이용 시간은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다. 부모든 조부모든 주 양육자가 서울에 주소를 둔 시민이라면 6개월 이상 7세 이하의 아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권역별로 7개 어린이집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데, 내년부턴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하고 나이대별로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주는 장마철이라 이용률이 다소 저조했으나 다방면으로 제도를 홍보하고 있다”며 “양육자들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향후 시설을 확대하고 시간제 어린이집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제 어린이집을 이용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아이 셋을 키우는 손인숙씨(44)도 지인들로부터 소개받아 얼마 전부터 2살짜리 막내를 시간제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했다.
손씨는 “그동안 미용실 갈 시간도 없었는데 시간제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 머리도 자를 수 있었다”며 밝혔다. 시간제 어린이집 시범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김미정씨(56)는 “혼자 온종일 집에서 아이를 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며 “은행이나 건강검진 등 개인적인 일로 나가야 할 때 친인척 도움받지 않고 잠깐이라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 양육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다가 갑자기 일이 생기면 그동안 개인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며 "주변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생긴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