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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해소'를 은행KPI에 넣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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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해소'를 은행KPI에 넣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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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내 은행 쏠림은 과도하다. 순이익 기준으로 지주 내 은행 비중이 우리은행 90%, 하나은행 80%,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각 60% 정도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심각하다. 맏형이 집안일 더 하는 격이라고 치부하면 될까. 그렇게 간단치 않다. 맏형이 골병 들면 큰일이고, 꼰대면 집안이 평온치 않다.

삼성그룹 내 삼성전자·삼성후(後)자 에피소드도 있지 않았나. 지금이야 삼성전자가 죽 쑤고 있지만, 한때는 말그대로 독주체제를 구가했다. 삼성전자는 돈 잘 벌어 떵떵거리고 성과급 두둑하게 챙겼지만 그외 계열사들, 삼성후자는 주눅 들고, 불만이 쌓여 갔다. 그룹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날 일은 아니다.


한 은행 계열 증권사 사장의 말이다. “같은 식구지만, 은행이 하는 일이 맘에 안 든다. 틀에 박힌 방식으로 일하고, 편하게 이자 장사하고, 단기이익 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그룹의 맏형이니 목소리는 제일 크다.” 한마디로 ‘조직의 은행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은행의 단기이익 매몰을 잘 보여주는 게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사태로 드러난 은행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다. KPI는 조직이 설정한 목표달성을 위해 조직원들이 극대화해야 할 지표로, 이에 따른 평가를 보상과 연계한다. 목표지향적 지표이기에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지만,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간과된다.


은행권이 고위험상품인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를 고령층 등 고객들에게 20조원씩이나 판매한 배경에 KPI가 있다. KPI에 따라 승진, 이동이 결정되니, KPI 배점이 높은 고위험상품 판매실적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판매실적을 매일 체크해 순위를 매기고, 이를 전 직원에게 공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은행원들에게 그 압박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 KPI 배점(2021년 상반기 기준,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서 수익성 관련 점수는 국민은행 300, NH농협은행 310, 신한은행 440, 하나은행 400 등으로 높은 반면, 불완전판매 방지 관련 점수는 국민은행 20, 농협은행 45, 신한은행 100, 하나은행 70에 그쳤다.


은행원들이 KPI에 얼마나 목을 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있다. “백약이 무효라는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은행원들 KPI에 저출산 대응을 넣으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해결책을 낼 것이다. 심지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넣어도 해법을 찾아낼 것이다.”


물론 비꼬는 말이다. 진정한 해법 도출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 없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우격다짐을 벌일 것이라는.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작은 물고기라고 해서 큰 물고기에 항상 잡아먹히는 건 아니지만, 느린 물고기는 빠른 물고기에게 언제나 잡아먹힌다”는 말로 신속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4대 시중은행은 크고 느린 물고기들이다. 작지만 빠른 물고기, 3개 인터넷은행이 경기장에 들어왔다. 같은 식구들에게서조차 느리다고 비판받는 시중은행들이 덩치 하나로 생존해 나갈 수 있을까. 답은 ‘NO’, 위기 시점은 ‘곧’, 패배 가능성은 ‘100%’(“언제나 잡아먹힌다”)이기에 경종을 울려 본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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