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으로 바람 나오는 입구 좁혀
기류 속도 빨라지며 살짝 시원해져
연일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에서 '이색 선풍기'가 등장했다. 선풍기 앞에 반으로 자른 플라스틱병을 여러 개 붙인 형태로, 실제 기체 온도가 살짝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 '더우인' 등 중국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페트병 선풍기'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동영상이 다수 게재됐다. 페트병 선풍기는 반으로 자른 플라스틱병 여러 개를 선풍기와 결합한 형태다. 생김새는 조악해 보이지만, 실제로 바람이 약간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페트병 선풍기의 원리는 무엇일까. 해당 선풍기를 소개한 한 누리꾼은 기류의 성질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기류는 배출되는 직경의 크기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즉, 바람구멍이 크면 기류의 속도가 느리고, 구멍이 작으면 빨라진다는 뜻이다.
우리가 입을 크게 벌려 '하'하고 부는 입김보다 입을 오므려 부는 바람이 훨씬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이같은 기류의 성질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페트병을 이용해 선풍기 바람의 직경을 좁히면, 바람의 온도가 약 0.2도가량 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페트병 선풍기는 한계가 명확한 발명품이다. 냉매를 이용해 공간의 온도 자체를 식히는 에어컨과 달리 단지 바람을 살짝 시원하게 만드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극심한 폭염 속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페트병 선풍기는 과거부터 에어컨을 구매하기 힘든 개발도상국에서 애용돼 왔다. 2019년 방글라데시의 한 광고회사는 페트병을 이용해 바람이 나오는 입구를 최대한 좁힌 일명 '에코쿨러'를 만들어 한 빈민촌에 제공하기도 했다. 가정집 여러 곳에 배치한 에코쿨러를 동시에 틀자 마을의 체감 온도가 약 5도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은 이달부터 수도 베이징, 산둥성, 허베이성, 허난성 등이 40도를 넘나드는 이상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17일(현지시간) 베이징 일부 지역, 내몽골 지역 최고 기온이 38도에 육박했다며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은 올해 봄부터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관측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농작물이 바짝 마르는 등 피해도 뒤따르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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