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폭로 잇달아
6번째 가해자로 지목된 男 "조사 사실도 없어"
100만명 넘게 영상 시청…현재는 영상 삭제돼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된 가해자 신상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튜버로부터 6번째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와 같은 학교만 다녔을 뿐 성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직후 삭제됐지만 이미 10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8일 한 유튜버는 '밀양 여중생 사건 6번째 가해자 OOO(실명, A씨로 통칭). 당신이 꼭 알아야 할 4가지 사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A씨의 실명과 얼굴, 연락처, 직장 등의 개인정보가 담겼다.
직후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기준 조회수 107만회를 돌파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 측에 연락을 취했고, 결국 A씨는 대기 발령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당시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마이뉴스는 10일 A씨의 '범죄·수사경력 회보서'를 공개하며 2004년 당시 기록이 없다고 보도했다. A씨는 "방문한 경찰서에 문의하니 20년 전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조사를 받았으면 조회가 된다고 한다. 조사 관련 내역이 없다는 걸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범죄·수사경력 회보서에는 기간이 지나 실효된 처벌·수사기록 등 개인의 모든 사법처리 이력이 나온다.
A씨는 "유튜버로부터 한 차례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저는 1986년생이 아닌 1987년생이다. 영상에서 언급된 연락처는 20년 전 쓰던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어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당시 가해자 명단에 올랐고, 싸이월드에 공개해놨던 핸드폰 번호가 털렸다. 제 친구 중에서도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려둔 이들은 가해자가 아닌데도 아직도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회사 측에서 대기 발령 명령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 모든 사실을 소명했지만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곧 잘릴 것 같다. 나는 결백하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걸 누가 믿어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는 유튜버 등에 법적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애꿎은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피해 확산 중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SNS상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폭로가 확산하며 애꿎은 사람이 가해자나 가해자의 지인으로 지목돼 도를 넘는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가해자 여자친구로 지목된 B씨가 "저는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아니다"라며 "마녀사냥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큰 영업피해와 함께 지인들도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실을 밝힌 유튜브 채널 역시 잘못된 사실을 올렸다며 해당 가게를 향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공지했지만 이미 피해가 확산한 상태다.
경남경찰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에 대한 5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소인들은 "한 유튜브 채널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소인 중에는 가해자로 지목돼 직장에서 해고된 남성과 B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였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본사와 피해자 측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유튜버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은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자 중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범행 당시 가해자들은 고등학생이었으며,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일부를 기소했고 나머지는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소년부로 송치됐지만,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아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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