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황해도 겨냥해 전면 대북방송 실시
소통창구 사라진 남북…'군사적 충돌' 우려
양욱 "북한, 불리해질 때까지 위기 키울 듯"
대북 방송이 전면 재개된다. 당초 군은 서부전선을 중심으로 일부 확성기만 가동했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선 만큼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며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9년 전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하며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바 있다.
10일 정부 관계자는 "전날 1·5·25·28사단 등 일부 전방사단에서 대북 방송을 재개했지만 북한이 아랑곳하지 않고 오물풍선을 추가 살포했다"며 "발신지로 추정되는 황해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방사단에서 전면 대북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방사단은 11개 사단으로 구성된다. 각 사단에는 고정형 확성기가 2~3대씩, 총 24대 배치돼 있다. 2.5t 군용 트럭에 실어 운용하는 이동형(기동형) 확성기도 16대 있다. 군은 전날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일부 전방사단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내보냈다. 청취 거리 10~30㎞ 수준인 고출력 확성기를 가동했다. 정부는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 공격이 국민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도발로 판단하고 있다. 대북 방송 재개를 결정한 이유다.
다만 군은 추가 방송 여부에 대해 '북한의 대응에 달려 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그에 맞춰 확성기를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군은 고정형 확성기를 설치했지만 방송은 하지 않았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땐 대북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은 확성기를 겨냥한 포격에 나섰다가 대화를 재개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남북이 맞대응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겠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북한은 다시 도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9시40분께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날린 오물풍선으로 대북 방송을 가동했는데도 재차 오물풍선을 날렸다.
현재로선 당분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늦은 밤 담화를 내고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갈등이 생겨도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채널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사소한 충돌이 크게 확전되거나, 북한이 전방이나 북방한계선(NLL)에서 우발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군사적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북한은 지금의 갈등을 군사적 도발까지 이어갈 공산이 크다"며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위기를 더 키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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