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요 감소, 합성 다이아 출현 등 여파
"향후 1년간 15~20% 추가 하락할 것"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미 경제매체 CNBC는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공급업체인 드비어스의 이러한 슬로건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의 지속적인 수요 감소와 대체재 시장의 성장으로 다이아몬드 업계가 곤경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다국적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은 지난달 자회사 드비어스를 분리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던컨 완블라드 앵글로 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매각 결정이) 드비어스가 수행해야 하는 급진적인 구조 조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라며 드비어스 매각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러한 매각 결정은 다이아몬드 시장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CNBC는 분석했다. 다이아몬드 전문 애널리스트 폴 짐니스키는 "앵글로 아메리칸 시대에 드비어스가 남긴 강력한 유산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는 더는 적합하지 않은 사업"이라며 "회사는 궁극적으로 주주들이 원하는 것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구리와 같은 녹색 인프라 구축 원자재 전략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다이아몬드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짐니스키 다이아몬드 원석 지수'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가격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5.7% 하락했다. 2022년 사상 최고치에선 30% 이상 떨어졌다.
이 같은 부진의 원인으로는 지난 10년간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감소한 점이 꼽힌다. 시장 조사 기관인 닥슈 컨설팅은 "중국의 결혼율 감소와 더불어 금, 실험실에서 재배한 보석이 인기를 끌며 다이아몬드 수요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종료되면서 소비자들이 다이아몬드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여행 관련 지출을 늘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최대 85%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합성 다이아몬드(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출현도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고급 쥬얼리 소매업체 앙가라의 안쿠르 다가 CEO는 "문제의 핵심은 합성 다이아몬드의 급속한 성장"이라며 "다이아몬드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선 앞으로 약혼반지 스톤의 50%가 실험실에서 생산되고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향후 1년간 15~20% 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짐니스키 애널리스트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다이아몬드 쥬얼리 시장의 2%에 불과했던 합성 다이아몬드 판매는 2023년 18.4%로 급증했다.
다만 낙관론도 존재한다. 그간 다이아몬드 판매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세계 최대 보석 소매업체인 시그넷 주월러스는 다이아몬드 수요 촉진을 위해 드비어스와 마케팅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시그넷측은 향후 3년간 판매계약이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이아몬드 전문 자문 회사인 젬닥스의 공동 창업자 아니쉬 아가르왈은 "다이아몬드 업계는 거의 20년 동안 대규모 마케팅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 여파를 목격하고 있다"면서도 중국 소비자 수요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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