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를 우려할 때가 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4일(현지시간) 오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칼럼 '굿바이 인플레이션, 헬로우 리세션?'을 통해 "어제의 문제처럼 보이는 인플레이션 집착을 멈추고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복잡한 경제 현상을 바라볼 때 '단일 숫자보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미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에 대한 언급으로 칼럼을 시작한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문제인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엔 다양한 측정 방법이 있어서, 킨들버거의 또 다른 말을 빗대자면 자신의 기질에 따라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하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을 수 있다"면서 "내가 주장하고 싶은 답은 경기침체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는 Fed가 선호하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 대한 다양한 측정방식을 주목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년간 PCE 가격지수 상승률 추이를 월별, 연간 기준으로 각각 제시하며 "월별로 측정된 인플레이션율은 매우 불안정하며 그 변동이 실제 변화인지, 통계적 잡음인지 항상 알기 어렵다. 반면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지속해서 하락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거비의 경우 최소 1년 전 임대료를 반영하는 후행지표이기에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확인할 때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주거비가 가정에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주거비를 제외한 측정이 미래 인플레이션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준에 따를 경우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월별로도, 연간으로도 이미 Fed의 물가안정목표인 2%에 가깝다는 것이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이다.
아울러 크루그먼 교수는 현장에서 확인된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보고 내용도 유용하다고 봤다. Fed가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는 기업들의 조사 결과가 담긴다. 그는 "가장 최근 베이지북에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한 속도(a modest pace)로 상승했다'고 나와있다"면서 "이는 모두가 인플레이션이 잘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 2020년1월 베이지북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볼 때 근원 인플레이션은 2~3% 사이"라며 "올해 초 뜨거웠던 수치들은 잘못된 경고로 보인다. 사실 인플레이션은 현시점에서 주요하게 몰두해야 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경기침체를 외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경기 둔화에 대해 약간의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 경기부양론자로 손꼽히는 그는 최근까지도 미 경제가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평가해온 인물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소비지출은 4월에 소폭 하락했고, 제조업 관련 지표들은 약세가 심화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경각심을 제기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리스크의 균형은 확실히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공개된 5월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 50을 하회하며 두 달 연속 위축 국면을 나타냈다. 4월 실질 개인소비는 0.1% 줄었고, 같은달 구인건수는 2021년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을 멈춰야 한다. 경제의 힘이 마침내 고금리 압박에 잠식되기 시작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그렇기에, Fed가 조만간(soon)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Fed는 오는 11~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이달 FOMC에서는 FOMC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7일과 12일에는 각각 노동부 고용보고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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