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서로의 삶을 동경하거나 쉽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경험하지 않고서야 타인의 삶은 어깨너머로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본 파편들로 막연하게 추측하거나 전체를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우리 각자의 인생도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지 않나. 그들의 신발을 직접 신어 봐야만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점이 편하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멀리 뛰거나 걸을 수 있는지,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걸었는지.
나는 새로운 기술을 배워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면서 가장 좋은 건 기술 습득 자체보다도 잠시나마 그 생태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목공을 배우면 목수의 작업 과정을, 재봉을 배우면 봉제 프로세스를, 출판을 배우면 출판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 얕게나마 발을 담가볼 뿐이지만 매번 숙연해진다. 그간 별 생각 없이 지나쳤거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 과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는지 눈으로 보거나 직접 체험하고 나면 결코 이전처럼 대할 수 없게 된다. 값을 깎아 달라는 말도 더 이상 안 나오는 건 덤이다. 무식해 보여도 그 일에 대해 배우는 가장 빠른 길은 역시 조금이라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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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반려인만의 이야기이겠는가. 유아를 동반한 부모는 어떨까, 임신부는 어떨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또 어떻겠는가. 며칠 전 간 카페에는 문 앞에 '차별 없는 가게'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 턱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 어떤 가게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삶의 많은 부분 중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으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요새는 '아차!'의 연속이다.
세상은 참 넓은데 나의 시야와 내가 사는 곳은 너무나 좁다. 부지런히 다른 이들의 신발들을 신어 보며 이해할 수 없던 영역, 쉽게 봤던 부분들을 조금씩이나마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길 바란다.
-김규림,<매일의 감탄력>, 웨일북, 1만6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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