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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사람들]"폐업할 뻔 했다" 젠슨 황 살린 일본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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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가 사장 이리마지리 쇼이치로
엔비디아 초창기 판단 미스로 실패 위기 당면
젠슨 황 열정 보고 회사 설득해 투자 결정

"그 돈이 우리가 가진 전부였다. '그'의 이해와 관용이 우리를 6개월 더 살 수 있게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전 세계를 제패한 엔비디아는 설립된 지 불과 30여년 된 회사다.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만든 지 얼마 안 된 1990년대 후반 폐업을 고민해야 할 만큼 위기의 순간을 겪었다고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인 엔비디아의 폐업을 막은 건 한 일본인 엔지니어 겸 사업가의 관심과 믿음 덕분이었다고 황 CEO는 회상한다.

[엔비디아 사람들]"폐업할 뻔 했다" 젠슨 황 살린 일본인은 누구? 일본인 엔지니어 겸 사업가 이리마지리 쇼이치로(사진출처=세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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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기 상황에 빠진 엔비디아에 투자하면서 믿음을 보였던 일본인 엔지니어 겸 사업가 이리마지리 쇼이치로(84)를 인터뷰해 보도했다. 현재 일본 도쿄에서 개인 컨설팅 사업을 하는 이리마지리씨는 WSJ에 "엔비디아의 존재는 내 마음속에도 꽤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마지리씨와 황 CEO의 인연은 30여년 전 시작됐다. 당시 이리마지리씨는 비디오 게임 업체인 세가 엔터프라이즈의 사장을, 황 CEO는 스타트업인 엔비디아를 막 창업한 상태였다.


1940년생 일본인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인 이리마지리씨는 대학 졸업 후 혼다자동차에서 모터사이클 대회인 그랑프리와 포뮬러원을 위한 엔진을 디자인했다. 이 커리어를 바탕으로 그는 1984년 혼다의 미국 지사 최연소 이사를 맡았고 4년간 미국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 문제가 생긴 그는 1992년 혼다에서 나왔고 이듬해인 1993년 닌텐도와 경쟁을 펼치던 세가에 입사했다. 1996년 미국 지사장을 거쳐 1998년 세가의 사장직을 맡게 됐다.


그즈음 엔비디아는 실리콘밸리에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그래픽이 2D에서 3D로 전환될 시점에 엔비디아가 등장했다. 세가는 소니의 역작 '플레이스테이션'에 맞설 '드림캐스트' 콘솔 개발에 한창이었다. 이 시기 이리마지리씨가 황 CEO와 만나게 됐고, 황 CEO의 열정과 비전에 감명받은 이리마지리씨의 결정으로 엔비디아가 세가의 드림캐스트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엔비디아는 세가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황 CEO가 초기에 리스크가 큰 결정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지를 렌더링하는 과정에서 타 회사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기술을 적용했으나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GPU 때문에 세가의 콘솔 경쟁력마저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세가가 엔비디아와 거래를 계속해서는 콘솔 시장에서 도태되고, 세가가 엔비디아와 거래를 끊는다면 엔비디아가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황 CEO는 지난해 국립타이완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 시기를 떠올리며 "굴욕적이고 당황스러웠던 실패"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건 간에 우리는 결국 폐업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사람들]"폐업할 뻔 했다" 젠슨 황 살린 일본인은 누구?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때 나선 것이 이리마지리씨였다. 엔비디아 사무실로 찾아온 그는 드림캐스트 콘솔에는 다른 회사의 GPU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엔비디아가 성공하길 원한다"고 말하며 엔비디아와 황 CEO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회사에 "세가는 엔비디아에 투자해야 한다"고 보고를 올렸고, 상사에게 현 계약 외에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세가는 500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67억8000만원)를 엔비디아에 투자했다.


이 돈은 엔비디아의 폐업을 막고 6개월간 운영 가능케 한 자금이었다. 실패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결국 성공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해냈고 1999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듬해인 2000년 이리마지리씨는 세가 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세가는 이후 엔비디아 주식을 1500만달러에 매각해 큰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이리마지리씨와 황 CEO가 다시 연락이 닿은 건 20여년이 지난 2017년이었다.


이리마지리씨가 AI 관련 세미나를 기획하면서 과거 연락했던 황 CEO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자신을 "1990년대에 당신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세가 드림캐스트를 위한 첨단 그래픽 반도체 개발을 위해 함께 고군분투한 그 날을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이는 내 인생에 있어 행복한 기억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황 CEO 또는 엔비디아 직원 중 누군가가 연사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이메일을 남겼다. 답장은 기대도 안 했다는 게 이리마지리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황 CEO가 직접 쓴 이메일이 도착했다. 황 CEO는 "당신에게서 연락이 와 반갑기 그지없다"면서 "엔비디아 초창기에 세가와 함께 일했던 때는 내 인생에서도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만간 엔비디아 콘퍼런스가 예정돼 있어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연단에 본인이 서겠다고 했다. 황 CEO는 "당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이메일에 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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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설립, 1999년 나스닥에 상장한 엔비디아는 AI 돌풍의 핵심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회사가 됐다. 시가총액이 지난해 1조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2조달러도 넘어섰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는 내년쯤 3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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