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지분 투자를 늘려온 일본 5대 종합상사가 한 해 동안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내년 3월까지인 2024회계연도에도 총 1조7000억엔 상당(약 14조9540억원)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계획 중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스미토모,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상사가 2023회계연도(3월 결산, 2023년 4월~2024년 3월)에 실시한 주주환원 규모는 1조9000억엔(약 16조7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총 환원 성향 40%대를 목표로 삼고 있는 미쓰비시는 지난 한 해 동안 배당에 2896억엔, 자사주 매입에 6000억엔 등 8896억엔을 투입했다. 이어 미쓰이 3765억엔, 이토추 3314억엔, 마루베니 1626억엔, 스미토모 1527억엔 등으로 파악됐다.
5대 상사는 2024회계연도에도 지난해에 육박하는 대규모 주주환원을 계획한 상태다. 현재까지 발표된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계획을 모두 합하면 1조7000억엔대다. 이들 5개사의 순이익 전망은 전년 대비 1% 증가했고, 순이익 대비 총 환원액 비중은 47%로 소폭 하락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전날 실적을 발표한 이토추는 연간 배당금을 주당 200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1500억엔 규모의 자사주도 매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연간 순이익 전망(8800억엔) 대비 환원율은 50%로 전년 대비 약 9%포인트 높아진다.
미쓰이는 내년 3월까지 배당에 2950억엔, 자사주 매입에 2000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2025회계연도까지 3년간 기초영업현금흐름 대비 총환원성향이 기존 37%에서 40%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쓰비시 상사 역시 배당성향 42%를 제시했다.
특히 이들 5대 상사의 주주환원 규모가 계획보다 더 확대될 여지도 남아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미쓰비시는 아직 자사주 추가 취득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미쓰비시 측은 향후 현금 상황에 따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루베니 또한 이용처를 확정하지 않은 여유자금 4400억엔에 대해 "상황에 따라 성장 투자, 주주 환원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스미토모는 다른 상사들과 마찬가지로 실적 변동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배당 수준을 보장하는 이른바 ‘누진 배당제’를 도입했다. 내년 3월까지 배당에 1570억엔, 자사주 매입에 500억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일본 5대 상사의 주당배당금은 최근 20년간 우상향 추세다. 야마토 증권의 나가노 마사유키 수석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균형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업 다각화 등 사업구조 외에도 주주환원을 확대해가는 모습에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이 앞서 2월 주주서한에서 "일본 종합상사들이 미국보다 우수한 주주 친화 정책을 따르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지난해 버핏의 투자 확대 소식이 알려진 이후 5대 상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5대 상사의 주가가 두 자릿수 오른 만큼 과거보다는 투자 매력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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