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상경영 확산
"시대착오" 비판도
LS그룹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삼성이 진행중인 임원들의 주6일 근무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그동안 삼성 임원들의 주 6일 근무 실시와 그 배경에 관심을 보였는데, 벤치마킹을 시사한 기업이 실제로 등장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검토한 기업이 LS만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 지주사인 ㈜LS의 명노현 부회장(CEO)은 지난달 중순 사내 임원회의에서 "우리도 긴장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삼성은 임원 주6일제를 시행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LS 지주사 임원회의로, 명 부회장 등 임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명 부회장 발언에 대해 회의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한 참석자가 회의가 끝난 직후 주6일제 전면 재검토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명 부회장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명 부회장이 삼성 사례를 참고가 아닌 도입 필요성을 위해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주6일 근무 발언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비상경영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LS는 지난해 89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34.4% 늘었다. LS일렉트릭과 LS전선 등 계열사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3%와 5.9% 증가했다. 하지만 이차전지 소재 관련 비철금속 계열사 LS MnM 실적이 52.1% 감소하는 등 계열사별 실적 편차가 컸다. 또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LS 관계자는 "올해 대외 환경상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도전이 많으니 정신 차려서 (일을) 해야겠다는 평범한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삼성 임원 주 6일제를 (명 부회장이) 예로 든 것"이라며 "사원들은 출근하지 않는데 임원들이 나와도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주6일제를 전면 도입하자는 뉘앙스로 발언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삼성 임원의 주6일 근무 영향이 의외로 만만치 않다고 본다. "직원 없이 임원만 출근해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주4일 근무제를 바라보는 마당에 주6일제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최근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언제든 확산될 수 있는 이슈라는 것이다. SK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은 월 2회 금요일 휴무 제도(해피 프라이데이)를 자율화한 상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영인 누구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임원 근무시간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시대착오적 행위로 보일까봐 실행에 옮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의 임원 주6일제가 다른 기업 전문경영인들에게 비상경영 판단을 내리는 데 불을 붙인 건 맞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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