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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살자]③자극적 콘텐츠 무방비 노출…청소년 ‘베르테르 효과’ 취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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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자살률 32.3% 급증
SNS에선 유명인 자살 상품화
자살 소식 접할 시 자살 충동 증가

청소년들이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자해·자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유명인 사망 소식은 우울한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살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살 보도에 사회적 고민과 온라인상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꾸로 살자]③자극적 콘텐츠 무방비 노출…청소년 ‘베르테르 효과’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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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모방 자살 잇따라

24일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올해 통계청이 집계한 1월 자살자 수(잠정치)는 130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 급증했다. 같은 달 기준 2021년 998명, 2022년 1004명, 2023년 98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자살 공식 통계는 다음 해 9월에야 나오는데, 당국은 자살 증감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춰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경찰의 사망 자료를 활용해 2개월 간격으로 잠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대략 7% 정도의 오차는 있으나 경향성을 분석하기에는 유의미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 1월 자살률 급증은 지난해 12월 배우 고(故) 이선균씨 사망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 자살이 심리적 영향을 미쳐 모방 자살이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앞서 2018년 1월(22.2%), 3월(35.9%), 7월(16.2%) 각각 자살률이 치솟았는데 그룹 샤이니 멤버 김종현(2017년 12월), 배우 조민기(2018년 3월), 노회찬 정의당 의원(2018년 7월)의 사망 시기와 맞물린다.


[거꾸로 살자]③자극적 콘텐츠 무방비 노출…청소년 ‘베르테르 효과’ 취약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단 지켜줌인(人) 이미지.[이미지출처=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

우리나라 언론은 그동안 자살 장소와 방법, 장례식 등을 지나치게 상세히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만들어 자정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과 SNS 등 자체 규제가 어려운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흥미 위주로 자살을 상품화해 모방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0대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만큼 각종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실정이다.


인터넷·TV 노출 최소화해야

청소년기는 성인과 달리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해 자살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지난해 9월 학술지 ‘청소년학연구’에 게재된 ‘언론매체의 유형별 자살 보도가 청소년의 자살 충동 사고에 미치는 영향 차이’ 연구에서는 경기 수원시 소재 중·고등학생 362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여러 가지 분석을 시도했다. ‘자살 보도 접촉 정도가 빈번할수록 청소년들의 자살 충동사고가 높아질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일원변량분석을 실시한 결과, 인터넷과 TV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자살 소식을 접했을 때 청소년의 자살 충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우울하고 충동적인 청소년들이 자살 보도를 접할 때 자살 충동사고가 더 높아질 것이다’라는 가설은 회귀분석 결과, 충동성과 자살 보도보다는 우울함이 더 핵심적인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인적인 우울과 결합할 경우 순간적인 자살 충동으로 인해 언제든지 자살을 유발할 수도 있음도 시사한다.


아울러 ‘자아존중감과 언론의 자살 보도 관계’를 살펴봤을 때는 자살에 대한 노출 정도가 낮을수록 자살 충동사고가 감소하지만, 자아존중감에 의해 그 정도가 조절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아존중감은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지를 말하는데, 자살 보도가 난무하는 자극적 환경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보호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됐다. 청소년이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자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청소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 자해·자살 콘텐츠 규제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언론의 자살 보도는 이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자살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올해 1월 주영기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팀이 독일·오스트리아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2004~2019년 국내 일간지 두 곳의 자살 보도 606건을 조사한 결과,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30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권고안을 따른 메시지와 그렇지않은 메시지에 노출된 그룹 간 차이를 도출했다. 그 결과, 자살 위기 상담 지원 기관 연락처와 위기 극복 등 정보를 접한 실험 참가자들은 자살 충동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주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2019년 이후의 보도 실태는 어떤지 확신할 수 없다. 자살 통계도 빠른 개선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여전히 자살 보도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살 예방을 위한 보다 집중적인 저널리즘 일선 현장의 노력과 더 많은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해서 기사의 질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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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42409282361691A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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