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촉발된 보복 소비 여파로 고공 행진하던 세계 명품 산업이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이하 LVMH)의 매출도 올 들어 역성장하고 있어서다. 명품 큰손인 중국의 씀씀이가 전만큼 이어지지 않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LVMH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 감소한 206억9400만유로(약 30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11억4000만유로)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LVMH의 1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셧다운됐던 2020년 1분기를 제외하면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핵심 사업 부문인 패션·가죽 제품의 매출이 2.2% 줄었다. 와인 등 주류 제품(-10%)은 두 자릿수대 감소세를 보였다.
LVMH는 루이비통 이외에도 크리스찬 디올, 셀린, 로에베 등 75개의 호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명품 업체인 만큼 LVMH의 매출 곡선은 글로벌 명품 산업 전망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블룸버그는 “이번 부진한 성과는 그간 대부분의 명품 업체보다 침체를 잘 견뎌온 LVMH조차도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VMH 매출이 역성장한 건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속되는 부동산 침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이 명품 산업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통상 명품은 불황에도 잘 나가지만, 그간 명품 업체의 잇따른 제품 가격 인상이 소비심리 마지노선을 훌쩍 넘게 돼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명품 소비의 둔화세가 관측되면서 LVMH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약 9% 하락해 올해 상승분을 어느 정도 반납했다.
시장은 코로나19가 만든 명품 산업의 최대 호황기가 지나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 유통 업체 케어링도 지난달 자사 주력 명품 브랜드인 구찌의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 급감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투자은행 바클리스는 코로나19 이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해 온 글로벌 명품 산업의 외연이 지난해 9%로 둔화된 이후 올해는 한 자릿수 중반까지 쪼그라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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