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총선보다 의석수 증가, 국민 45% 지지
3대 개혁 등 개혁동력 잃으면 안돼
22대 총선 결과 국민의힘이 대패했다고 한다. 결과를 훑어보면 그렇다. 여당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18석 더해 108석을 얻었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합쳐 175석이다. 하지만 21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국민의힘은 5석이 늘었고, 더불어민주당은 5석이 줄었다. 쉽게 말해 4년 전과 비교하면 양당 간 차이가 10석 줄었다.
사실 국민의힘은 보이는 숫자보다 더 선방했다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 정치 구조를 생각해보자. 6·25전쟁을 겪고 성인으로 70년대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국민의힘 편을 드는 사람이 많다. 반면 과거 386이라 불렸던 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대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1960년생 80학번이 지금 64세다.
말하자면 나이 지긋한 사람 가운데 대략 65세 이상은 국민의힘을, 그 아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3세다. 지난 4년간 국민의힘 지지자가 상당수 자연 감소 했다고 봐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면 4년 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더 유리한 판이다. 정치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 한 20년은 해가 갈수록 더불어민주당에 힘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 총선 더불어민주당 득표수는 1476만표(50.5%)다. 국민의힘은 1318만표(45.1%). 의석수 175대 108은 국민의 뜻보다 더 더불어민주당 친화적인 숫자다. 선거구를 잘게 쪼개 놓아서 불과 몇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경우가 많아 생긴 현상이다. 이번만 일어난 특수 현상이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역구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49.9%, 국민의힘은 41.5%였다. 180석 대 103석이란 격차가 벌어진 것은 민의를 정밀하게 반영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패배는 패배다. 선거 이후 현 정권의 각종 정책 추진력이 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개혁은 어렵다. 쉬운 일에 거창하게 개혁이란 명칭을 붙이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엔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이 TF를 꾸려 증원을 논의했지만, 의사들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10년간 400명씩 4000명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그때도 전공의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대권과 거대여당 두 날개를 모두 갖춘 좌우 정권이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의료 개혁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나머지 3대 개혁은 필요하지만 난도가 높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국민 거의 모두가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 결과에 기가 죽어 개혁에서 손을 떼선 곤란하다. 국민 45% 이상이 여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제 정말 개혁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야당과 합리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그동안 쌓여 있던 불통, 고집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반면 야당은 승리에 만족해선 안 된다. 야당 승리의 상징은 정책이 아니라 대파, 명품백이다. 야당 승리의 원동력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권심판이란 평가다. 야당도 정책과 개혁에 대해 더 고민하고, 현 정권과 대화해야 한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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