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피해 없는’ 보복 공습으로 실리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서방 국가가 우려하는 확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스라엘은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이스라엘 군사시설 공격은 이스라엘에 피해를 거의 끼치지 않았다”며 “확전을 꺼린 이란이 사전에 이스라엘과 동맹국에 강력한 방어 태세를 준비할 수 있는 며칠의 시간을 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간 미국, 영국 등 동맹국은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군사자산을 추가로 투입했고 결과적으로 드론, 미사일 등 300여기의 공중무기 절대다수를 격추할 수 있었다.
이란의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양국의 오랜 ‘그림자 전쟁’의 끝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공격 이면에는 경고성 조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란은 공격이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을 더 이상 공격할 계획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간 양국은 자신들의 존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방식의 공격을 택해왔지만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가 갈수록 노골화됐다는 점에서 이란이 “가만있지만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공격의 직접적 원인인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을 사살한 것 외에도 2020년 이란의 최고 핵 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를 암살했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를 자문 및 지원하는 이란군 고위 장군인 사예드 라지 무사비를 공습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NYT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뻔뻔한(brazen) 암살 공격에도 이란은 보복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이란이 대응하기로 한 건 이란 정부의 소극적 대처에 대한 이란 사회 일부 집단의 분노가 부분적으로 촉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7명의 이란군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란 정부에 대한 국민, 파트너의 신뢰성에 큰 타격이 갔을 것”이라며 “지난 열흘간 정권에 대응하라는 상향식 압력 정도는 이전엔 본 적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의 공격에 대한 국제 여론의 화살이 이스라엘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만일 재보복에 나설 경우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미국 등 주요국과의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그래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7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 공격을 허용하는 안보 책임의 실패자이자 인질 살해로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미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아론 데이비드 밀러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1년 새 두 가지 중대한 전략적 오류를 저질렀다”며 “개념적인 면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 0대 2로 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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