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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계]완벽한 ‘인공심장’ 개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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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계]완벽한 ‘인공심장’ 개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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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장은 일생(약 75년) 동안 2억L의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킨다. 이를 위해 일생 30억 회, 1년에 4000만 회 넘게 끊임없이 고동친다. 그 사이 고장은 용납되지 않으며, 조그만 이상이라도 있으면 즉시 전신의 기능이 맥없이 정지한다. 사람의 장기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두말할 것 없이 ‘심장’을 꼽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의 심장이 일생을 견딜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심장병은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중증 심장질환의 경우 ‘심장이식’이 고려되는데, 성공한다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심장을 제공할 뇌사자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이식받은 심장이 면역적으로 적합하지 않으면 심한 거부반응에 시달려야 한다. 실질적으로 5년 생존율은 50% 정도이다. 즉 인류가 중증 심장 심장질환을 완벽하게 극복하려면 사람의 심장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하는 장치, 이른바 ‘인공심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일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인공심장을 만들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있었다. 최초의 인공심장은 펌프 장치 등으로 심장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만든 ‘기계식’이었다. 1969년 ‘자빅(Jarvik)-7’ 이란 인공심장이 개발된 적 있다. 이 인공심장은 개발된 지 13년이나 지난 1982년에 실제로 사람 몸에 이식됐다. 그러나 이식받은 환자는 폐렴, 폐기종, 발작 등이 일어나 112일 만에 사망했다. 첫 시도라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진보라 말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환자로선 분명 실패한 수술인 셈이다. 이후 기계식 인공심장 기술은 차츰 발전해 현재는 다양한 종류가 개발돼 쓰이고 있다. 평균 약 1년 정도 생존이 가능하며, 최고 생존기록은 4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뇌사자로부터 심장 이식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 성격이 강하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인체 친화성이 높은 신소재, 고효율 전력관리 기술 등이 개발된다면 앞으로 사용 기간이 점점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생명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심장을 대신할 것을 유기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른바 ‘생체식 인공심장’이다. 이 역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종(異種) 장기’ 방식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커 주목받고 있다. 다른 동물이 유전자를 개량해, 사람에게 이식해도 부작용이 없는 장기를 품고 태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장기를 제공할 동물로는 ‘돼지’가 주목받는다. 인간과 장기 형태가 흡사하고 성장도 빨라 원하는 장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지난 2022년 메릴랜드대 의료센터에서 시한부 심장질환자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으나, 2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2023년에도 같은 대학에서 비슷한 수술이 또다시 진행됐지만, 결국 6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현재 기술로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겠지만 적어도 수년 정도면 장기간 생존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과학기술의 종착점은 결국 의학이 될 수밖에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일평생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좋은 고성능 인공심장이 개발, 보급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은 5~10년 이상 증가할 것이다. 이 당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승민 과학기술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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