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년 '0건' 대비 급증
불황에 승계시공사 찾기 어려워
#. 경기 파주시 금촌동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더루츠'(지역주택조합)의 수분양자들은 지난해부터 아파트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시공을 맡은 중견 건설사 신일이 지난해 5월 3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신일이 법정관리 신청 후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면서 공사를 진행 중이던 사업장들이 분양보증사고 현장으로 분류됐다. 이 아파트를 비롯해 많은 현장에서 공사를 멈췄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곳은 입주를 완료하기로 하고 공사를 이어갈 건설사를 찾고 있지만, 공사비 인상과 입주 일정 지연에 따른 피해는 분양자들의 몫이 됐다.
지난해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더루츠와 같은 분양보증사고 처리 건수가 11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보증사고가 전무했던 2021~2022년과 비교해 온도 차가 커졌다.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 여파가 분양시장을 할퀴고 간 결과가 속속 보증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분양 보증사고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 중단, 공정 지연 등으로 인한 보증사고 건수는 12건으로, 2012년(12건)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사고 금액은 8512억6200만원 규모였다.
현행법상 30가구 이상의 주택 분양 사업장은 반드시 HUG 분양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이후 주채무자의 정상적인 주택 분양계획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일정 요건에 따라 보증사고 사업장으로 분류한다.
HUG는 주채무자의 부도·파산·사업 포기, 감리자가 확인한 공정률이 예정보다 25%포인트 이상 미달해 보증채권자(수분양자)가 이행을 청구한 경우, 시공자의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 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돼 보증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한 경우 등을 보증사고의 구체적인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HUG는 보증사고가 경기를 타는 만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이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전 5년 동안의 보증사고 건수는 2018년 1건, 2019년 1건, 2020년 8건, 2021년 0건, 2022년 0건이다. 이런 기조 속에 급증한 보증사고는 그만큼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건설사 자금난이 심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산업개발, 신일 등이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보증사고가 다수 발생했다"며 "사업장별로 수분양자들이 이행 방법을 선택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문제로 인해 환급이행 선택 많을 듯
이행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보증채권자가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을 돌려받는 환급이행, 다른 건설사가 사업장을 인수해 준공 후 입주까지 마무리하는 분양이행이 있다. 이때 공정률이 80% 이상인 사업장은 분양이행으로 자동 결정된다. 환급이행을 위해선 수분양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현재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등 2곳은 분양이행이, 울산 울주군 온양읍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 등 3곳은 환급이행이 각각 결정됐다고 HUG는 전했다. 나머지 사업장은 수분양자 간 논의가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입지나 미래가치가 뛰어난 사업장이 아니면 환급이행을 선택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봤다. 불경기에 남은 공사를 진행할 승계시공사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웬만큼 좋은 곳도 갑자기 공사를 이어가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는데 하물며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면 들어가기 꺼려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중견·중소 건설사의 지방 현장을 중심으로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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